올 사람 보다 갈 사람에 대해 할 말이 더 많은 법. 제일은행의 새 주인이 될 스탠다드차타드은행과 떠나갈 옛 주인 뉴브리지캐피탈도 그런 경우다. 사상 첫 외국자본 은행, 외국인행장 시대를 열었고, 더구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단기자본이란 점에서 뉴브리지에 대한 금융계의 논란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끊이지 않을 것 같다.
뉴브리지가 1999년 말 한국 금융무대에 데뷔했을 때만해도 금융기관인지, 핫머니인지, 아니면 교량건축회사인지 그 실체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듣도 보도 못한 외국펀드에 국내은행을 내주다니…"란 막연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거덜난 공적자금 투입은행을 사주는 것 만도 고맙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그러나 5년이 흐른 지금 평가는 과(過)가 공(功)을 압도한다. 실제로 환란전 LG 대우 SK등 굴지 기업들의 주채권은행으로서 기업금융의 독보적 위치에 있던 제일은행은 ‘뉴브리지 치하’를 거치면서 모기지 전문은행으로 쪼그라들었다. 깨끗해진 재무구조도 뉴브리지 경영 덕분이라기 보다는 17조원 공적자금의 살포효과였다. ‘단물만 빨아먹고 간다’는 원색적 비난까지 나온다.
물론 국민감정에 뿌리를 둔 ‘금융 국수주의’는 단호히 배척해야 한다. 장기건전자본과 단기투자자본을 구획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우리가 아니면 당시 누가 제일은행을 샀겠는가"라는 뉴브리지측 항변도 일리는 있다. 그렇다 해도 제일은행은 물론 한미 외환 등 외국펀드자본 은행들이 ‘선진금융’세례를 받았다는 흔적은 어디서도 찾기 어렵다.
이제 뉴브리지는 국내 은행시장에서 떠난다. 다시는 오지 않았으면 한다. 단기펀드자본이 입질을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국내은행산업이 다시 취약해지고 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성철 경제과학부 기자 sc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