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혈압이 높다는 말은 들었으나 조절도 하지 않고 약도 복용하지 않았던 48세 남자 환자가 어지러움증으로 입원했습니다. 이 분은 뇌졸중으로 진단을 받았고 항응고제(와파린)와 혈압약을 복용해야 했습니다. 직장에서 점심·저녁을 외식으로 해결하던 이 분은 짜고 매운 음식을 선호하면서 보신탕, 김치찌개 등의 탕종류와 찌개류를 주로 먹었으며, 술을 1주일에 3~4번 들면서 한번에 맥주 5병과 소주 2병을 마셨다고 합니다.
영양상담실을 찾은 이 분에게 탕이나 찌개류는 국물 섭취로 인해 염분 섭취량이 많게 되므로 국물보다 건더기 위주로 드시는 것이 좋으며, 탕은 소금으로 간을 하기 전에 파 양파 마늘 풋고추 고춧가루 후추가루 등을 먼저 넣어 맛을 본 후 소금으로 싱겁게 간을 해 소금을 줄여 들 것을 권했습니다. 물론 술은 열량이 높으므로 줄이고, 다양하고 균형 잡힌 섭취를 위해 과일이나 채소, 저지방 우유 등을 함께 들도록 권했습니다. 영양교육을 받고 돌아가시면서 이런 영양교육을 진작 해주었더라면 잘 조절을 했을텐데 하고 안타까워 했던 기억이 납니다.
소금섭취는 습관성이 강해 짜게 먹으면 점점 더 짜게 먹게 되고 싱겁게 먹으면 점점 싱겁게 먹을 수 있습니다. 유아에게 있어서 이유식은 식사를 처음 접하는 의미도 크지만 이유식을 통하여 식습관을 형성하게 하는 중요한 식사입니다. 유아는 짠맛의 인지능력이 없어 짠맛을 쓴맛으로 인지하기 때문에 어른의 입맛에 맞추어 소금간을 적절히 해주면 유아는 처음에는 쓰게 느끼다가 차차 짠맛으로 인지하게 됩니다. 또한 유아시절에 섭취한 소금의 양이 많을수록 어른이 되었을 때 선호하는 염분 정도는 높으며, 혈압도 높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유식은 가급적이면 간을 하지 않거나 아주 약하게 간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람에게는 짠맛을 느끼게 되는 농도인 역치가 있는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점점 높아진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나이 든 분들이 조리한 음식이 짜게 조리되기가 쉽고 노년기에 소금 섭취량이 증가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싱겁게 먹으려는 노력과 함께 싱겁게 먹는다면 짠맛을 느끼는 역치는 낮아지고 싱거운 맛을 선호하게 됩니다. 따라서 싱겁게 먹으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 합니다.
가정 주부인 63세 여자 환자 분은 평소에 고혈압에 고기가 나쁘고 콩이 좋다고 하여 잡곡밥과 채식 위주로 식사를 하면서 하루에 감을 2~3개 정도 들고, 콩을 갈아서 하루에 3잔씩 마셨고, 된장찌개, 청국장 등을 매끼 식사했습니다. 감과 콩의 섭취량이 많아 비만의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섭취량을 줄이고, 된장찌개와 청국장은 염분함량이 많을 수 있으므로 횟수와 국물 섭취를 줄이도록 권고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식품도 장기간 한가지만 섭취하는 것은 오히려 영양적으로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으며, 그 섭취량이 많은 경우 체중과다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균형있고 적절한 양의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짜지 않으면서도 맛있게 드실 수 있는 힌트를 드릴까 합니다. ‘무생채’를 조리할 때 무를 채 썰어서 ‘아주 소량’의 소금과 식초, 설탕으로 밑간을 해 무친 후에 소량의 고춧가루로 색깔을 내면 저염 상태로도 먹을 만 합니다. ‘무 오이 와사비 무침’은 무와 오이를 작게 깍뚝썰기를 한 후 소량의 소금과 식초, 설탕으로 밑간을 한 후 와사비로 색깔을 내면 맛깔스러운 무침이 된답니다. 또한 비빔밥을 드실 때에도 고추장만을 넣고 비비지 마시고 고추장에 미음 고춧가루 파 마늘 양파 참깨 참기름 등을 넣어 양념고추장을 만들어 드시면 고추장량을 희석시켜 소금 섭취량이 적어지면서도 맛있는 비빔밥을 들 수 있습니다. 생선은 미리 간을 하지 말고 먹기 직전에 지짐이나 구이를 해 묽게 만든 양념간장을 살짝 찍어서 들면 먹을 만 합니다. 양념간장은 간장과 물을 1:1~2의 비율로 섞은 후 식초, 설탕, 참깨, 참기름, 고춧가루 등의 양념을 기호에 맞게 넣어 만드시면 됩니다. 참고로 고추장 10g, 된장 10g, 간장 5g, 마요네즈 40g, 토마토케첩 30g을 드시면 소금 1g을 드시는 것과 같습니다.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고혈압은 인지도도 낮고 관리율도 낮다고 합니다. 그러나 체중을 조절하고 소금섭취를 줄인다면 약물복용을 하지 않고도 혈압을 조절할 수가 있습니다.
조영연 삼성서울병원 영양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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