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고/ 중간광고 금지는 ‘그린벨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고/ 중간광고 금지는 ‘그린벨트’

입력
2005.01.12 00:00
0 0

문화관광부 장관이 취임하고 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거의 어김없이 (이창동 전 장관만은 예외였다) 재연되는 모습이 있다. 장관이 광고인들 앞에서 마치 선물하듯 TV 중간광고나 광고총량제의 도입을 언급한다. 그리고는 시민단체나 학자들, 시청자들의 거센 반발이 일면 슬며시 물러서곤 한다. 문화부가 정해진 내부 방침과 계획에 따라 신임 장관에게 마치 일종의 신고식 같은 것을 치르게 하는 것 아니냐는 느낌까지 받을 정도다.

이번에도 물론 마찬가지였다. 정동채 장관이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광고인 모임에 참석, 중간광고 실시를 또 언급했다. 당연히 시민단체나 학자들, 신문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자 담당 국장은 "아직은 구체적인 실시 계획을 확정한 것이 아니다"라며 한발 물러섰다. 계속되는 이런 해프닝?보면서 한편으로는 문화부에게 이런 일을 계속 반복케 하는 광고계의 막강한 힘을 실감하게 된다.

공중파 방송에서의 중간광고 금지원칙은 ‘시청권의 그린벨트’라고 할 수 있다. 그린벨트는 난개발을 막아 우리들에게 푸른 녹지와 대기를 공급하는 허파 역할을 한다. 방송에서 중간광고 금지 원칙이 바로 이 역할이다. 케이블, 위성방송에서는 이미 중간광고를 하고있고, 공중파에서도 스포츠 중계 등의 경우엔 중간광고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공중파의 드라마나 뉴스, 다큐멘터리 등을 보다가 중간에 광고가 자꾸 튀어나온다고 가정해보자. 이보다 더 짜증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중간광고는 궁극적으로 전파소유권을 가진 시청자의 시청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일이다. 방송은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대단히 크기 때문에 방송 관련 정책은 국민과의 협의가 절대 필요하다. 그러므로 중간광고 방송은 절대다수의 시청자가 원할 때만 비로소 가능할 수 있다.

더욱이 중간광고는 프로그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만약 중간광고가 도입된다면, 특히 시간이 긴 프로그램은 호흡이 자주 끊기게 되고 광고의 도입에 맞춰 줄거리나 이야기 구조가 바뀔 수밖에 없다. 이는 결과적으로 전체 프로그램이 광고에 종속되는 결과를 의미한다. 특히 요즘 우리 방송에서는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흥미 위주의 선정적인 가십거리나 다루는 프로그램들이 판을 치고 있는 마당이다. 여기에 중간광고까지 도입된다면 프로그램의 내용은 더욱 더 선정적으로 흐르게 될 것이다.

지금도 KBS, MBC, SBS 등 3대 지상파 방송사는 막대한 광고수입을 통해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을 내고 있다. 물론 방송의 광고수입이 지난해보다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이는 TV에 해당되는 이야기만은 아니다. 신문사의 위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광고수입 감소가 이유라면 신문도 마찬가지로 지면에서 광고 비율을 계속해서 더 늘려야 한다는 논리가 된다.

이번 신문법 개정 과정에서도 논란이 빚어지는 바람에 당초 신문광고비율을 50% 이상 금지하려던 조항이 빠지기는 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항을 신설하려던 취지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언론 수용자들을 고려할 때 지나친 광고 비율의 확대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도 막대한 이익을 내고있는 방송사에 중간광고를 허용해 줄 필요는 없다. 현행 중간광고 금지 원칙이야말로 시청권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이자, 반드시 지켜져야 할 시청자의 그린벨트다.

임동욱 광주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