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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치료 기적의 치료인가/ (上) 심장세포 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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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치료 기적의 치료인가/ (上) 심장세포 재생

입력
2005.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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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치료가 2005년 의료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 줄기세포치료는 임상연구 단계이며, 효과가 확인된 치료법이 아니지만, 난치병 치료의 한계에 부딪힌 의료계에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몇몇 병원에선 ‘줄기세포 치료 센터’의 간판을 내걸고, 심근경색, 뇌경색, 팔다리 혈관장애, 척수장애, 당뇨병, 간질, 간부전,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줄기세포치료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줄기세포 치료는 장밋빛 기대를 갖기엔 아직 부작용 검증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시작단계의 치료법일 뿐이다. 국내 줄기세포 치료 실태를 3회에 걸쳐 알아본다.

세계의학계는 줄기세포를 활용한 뇌세포와 심장세포를 재생하는 치료법이 미래 의료시장의 가장 큰 파이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향후 10년이내 무려 43조원 규모의 시장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뇌세포와 심장세포, 이중에서도 심장세포를 되살리는 재생의학분야는 국내 의료계가 세계의학계에서 상당히 앞서 달려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대병원 심장내과 김효수 교수는 2002년 12월부터 시작, 이미 120건 이상의 임상케이스를 기록하고 있다.

"심근경색 환자에게 기존의 치료법은 스텐트를 이용, 막힌 혈관을 뚫어놓는 것에 불과했지요. 줄기세포치료는 ‘G-CSF’(granulocytes-colony stimulating factor)라는 약물을 피하 주사해, 골수 줄기세포를 말초 혈액으로 유도한 후 말초 혈액에서 줄기세포를 채집, 이를 경색된 심근 부위에 투여하는 치료법입니다."

그는 줄기세포가 골수에 제일 많지만, 이를 위해 기존의 골수채취법은 엉덩이 뼈(장골)에 구멍을 뚫고 혈액(골수)을 채취해야 해 환자에게 무척 번거롭고, 불편한 과정이었다고 말한다. 환자는 이 시술시 전신마취까지 해야 했다. ‘골수천자(구멍뚫기)를 쉽게 할 수는 없을까’ 궁리하다 생각해낸 방법이 ‘G-CSF’라는 약물을 하루 2번, 사흘 동안 피하 주사해 골수를 말초혈액으로 불러내는 방법이다. 그는 "이 약 냄새를 맡으면 잠자던 줄기세포가 말초혈액으로 빠져 나온다"면서 "말초혈액에는 평균 0.2%의 줄기세포가 존재하는데, 이 약물을 주입하면 줄기세포 농도를 2%까지 증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헌혈하듯, 환자는 피를 뽑고, 이 혈액에서 줄기세포를 뽑아내는 장치를 이용해, 약 10억개의 줄기세포를 추출해 심근경색 부위에 주입하게 된다.

어떻게 죽었던 심근세포가 되살아났다는 걸 입증할 수 있을까. 김교수는 "스텐트로 막힌 심장근육을 뚫기만 한 대조군과 비교해 보았더니, 좁아진 동맥을 넓혀주는 관동맥 성형술(스텐트 삽입)후 줄기세포를 주입한 환자의 심근 수축력이 4%나 좋아졌다. 보통 심근경색증 환자의 심근 기능은 40%에 불과해, 4% 향상됐다는 것은 환자 개인으로 보면 10%나 기능이 좋아졌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특히 괴사된 심근 부위의 혈관이 재생돼, 심근내 미세혈류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기존의 치료법으론 결코 기대할 수 없는 효과라는 것. 이 연구결과는 영국의 의료저널 ‘란셋’에도 게재됐다.

김교수는 초기 데이터를 중간 분석하면서, 죽은 심근 뿐 아니라 스텐트를 넣은 부위에도 세포가 증식, 재협착이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약물코팅스텐트’를 도입했다. 약물코팅스텐트는 세포증식을 억제하는 약물을 바른 스텐트로, 재협착율을 10% 이하로 줄이게 됐다.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와 오래된 경색증 환자를 분리해 어느쪽 환자에게 줄기세포 치료법이 효과적인지 최근 분석 중입니다." 올해 김교수의 목표는 40케이스이상 환자시술 건수를 더 쌓아, 효과나 부작용 분석에 나서는 것이다.

"심장근육 재생이라고 하면 혈관과 근육 두가지를 떠올리게 되는데 혈관재생은 확실히 효과적이지만 근육재생은 좀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근육세포를 어떻게 더 잘 분화시킬 수 있는지 연구 중입니다."

그는 "이미 여러 중소병원에서 줄기세포 치료에 관심을 보이며 참여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이 새 치료법의 프로토콜을 엄격하게 준수할지 우려돼 미루고 있다"면서 "관상동맥확장술에 추가해 줄기세포치료를 병행하는 게 심근경색 환자에게 훨씬 낫다는 결론이 확실히 서면, 이 치료법을 각 병원에 전파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환자가 부담하는 시술비는 재료값으로 60~70만원 정도.

이외에도 많은 대학병원에서 줄기세포 치료법이 시술중이다. 영동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유경종 교수는 중증 심근경색 환자들에게 우회로수술을 하면서 동시에 줄기세포를 주입하는 시술을 하고 있다. 이제까지 7케이스를 실시했다. 환자의 장골에서 골수를 채취한 다음 우회로 수술을 하는 동안 골수에서 줄기세포를 분리, 환자의 관상동맥 중 죽어버린 심장조직에 골수를 이식하는 방법이다.

유교수는 "환자가 우회로 수술을 위해 마취된 상태에서 두가지 치료법을 동시에 실시한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수술후 세포치료를 한 곳에 새 혈관이 생겨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회로 수술은 심근경색 환자중 내과적 시술인 스텐트삽입이 불가능한 말기 환자에게 실시하는 수술로 전체 환자의 약 5%가 수술 대상이다.

개심술을 하며 줄기세포를 주입하는 방법은 2001년 미국에서 처음 성공했으며, 이미 세계학계에서 효과가 어느 정도 입증된 치료법이다.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임도선 교수는 불안정 협심증 환자에게 1케이스의 줄기세포 치료를 실시했다. 불안정협심증은 가만히 안정된 상태에 있어도 가슴이 쥐어짜듯 아픈 증세를 보이는 증상. 협심증 환자는 관상동맥 혈관 협착이 광범위하게 진행돼 관동맥성형술이나 우회술도 불가능한 상태였는데, 관상동맥 중 상대적으로 상태가 좋은 혈관에 줄기세포를 주입, 좋은 효과를 보았다. 임교수는 "수술 전에는 머리만 감아도 아프고, 10m도 걷기 힘들었는데 줄기세포치료 후 상태가 상당히 호전됐다"고 말했다. 미국 NIH에서는 관동맥성형술 없이 줄기세포만 주입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강남성모병원 심장내과 백상홍 교수는 4케이스를 실시했다. 심장병이 만성으로 진행돼, 심장이식이 필요할 정도의 중증 심장환자에게 줄기세포를 주입했다. 관상동맥에 카테터(도관)를 연결시켜 줄기세포를 투여했는데, 줄기세포를 추출하기 위한 약물(G-CSF)은 부작용을 우려, 극소량만을 사용했다.

백 교수는 "줄기세포를 추출하기 위한 약물을 고용량 사용해 문제가 된 외국 보고가 있어, 소량 사용하고 있으나 줄기세포 추출량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면서 "4명중 2명은 심장기능이 완전히 정상에 가깝게 돌아와, 1년 가까이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조군과 비교한 연구결과는 아니다.

송영주 의학전문 대기자 yjsong@hk.co.kr

줄기세포 치료는 표준화된 치료법이 아닙니다. 따라서 환자들은 과대한 치료효과를 기대해서는 안되며, 특히 거액의 기부금이나 치료비를 요구하는 벤처회사나 의료기관이 있다면 응하지 않는 게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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