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원불교 성직자가 호주 해변에서 물에 빠진 한국인 초등학생을 구하고 자신은 빠져 나오지 못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9일 오후 2시30분께(현지 시각) 시드니 노스아보카 해변에서 원불교 호주 시드니 교당 소속 김충식(본명 김상훈·31·사진) 교무가 해변에서 물놀이 도중 파도에 휩쓸린 한국인 초등학생 김모(12)군을 발견, 물에 뛰어들어 김군을 구한 뒤 자신은 빠져 나오지 못했다. 구조된 학생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무는 이날 원광대학교 어학원 주최 어학연수프로그램에 참석한 김군 등 초등학생들을 지도하기 위해 호주 바닷가를 찾았다. 원불교 시드니 담당 장인명 교무는 "점심 식사를 마친 뒤 김 교무가 함께 온 초등학교 남학생 몇 명을 데리고 먼저 해변으로 나갔다"면서 "곧 이어 해변에 도착하니 먼저 나갔던 아이들이 ‘한 친구가 깊은 물 속에서 허우적거리자 김 교무가 뛰어들어 그 친구를 해변쪽으로 밀어냈으나 곧 이어 밀려온 높은 파도에 김 교무가 묻혀 버렸다’며 울먹였다"고 전했다. 장 교무의 연락을 받은 구조대원들이 헬기와 구명보트를 동원해 김 교무를 수색했으나 끝내 숨진 채로 발견됐다.
원광대 원불교학과를 졸업하고 2001년 원불교 교무로 출가한 김 교무는 지난해 시드니교당에 부임해 청소년 담당 교무로 근무해 왔다. 원불교는 장의위원회를 구성, 김 교무의 유해가 들어오는 대로 장례를 원불교장으로 치르기로 했으며, 원불교 산하 단체인 ‘평화의 친구들’은 김 교무에게 생명평화상을 추서할 계획이다.
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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