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떨어지면 소비도 줄어들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그러나 소비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오히려 집값을 더 떨어뜨리는 정책을 계속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김광수경제연구소 등 일부 민간연구기관에서 제기하는 그 같은 주장의 근거는 가계가 손실을 보더라도 부동산을 빨리 정리해 과다부채를 상환하도록 해야 소비 여력이 생긴다는 겁니다. 대출 이자를 갚느라 돈이 생겨도 쓸 수 없는 현실에서, 집값을 적정수준으로 떨어뜨려 주택매매가 활발해지면 재산 손실은 있을지언정 가계 유동성은 회복될 수 있다는 거죠. 또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과도한 이자 부담을 계속 짊어지고 간다면, 앞으로 4~6년간 소비 침체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라는 주장입니다.
이 주장에 따르면 ‘집값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소비가 부진하다’는 통념과는 반대로 ‘투기로 인한 집값의 과도한 상승’ 때문에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실제 부동산 투기가 본격화하기 전인 2000년에만 해도 가계는 대출 이자보다 예금 이자가 6조3,000억원 더 많았습니다. 그러나 전 국민적인 담보대출과 부동산 투자로 집값 버블이 발생했고, 지난해 3분기 현재 가계의 이자 수지는 6조9,000억원 적자로 반전됐습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는 반응입니다. 이 주장은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산 가격이 떨어지면 현금으로 손해보는 것은 없지만, 사실상 부(富)가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에 씀씀이를 줄이게 되는 자산효과(wealth effect)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입니다. 설령 손실을 털고(집을 팔고) 유동성을 회복했다 해도, 더 가난해졌다는 인식 때문에 오히려 소비를 더 줄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은 집값은 현 수준을 유지하면서, 소득 증가를 통해 부채상환 능력을 높여 소비를 회복시키는 장기적 방법 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유병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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