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이 각료 인준권을 갖게 된 것은 건국 초기 정치적 타협의 결과였다. 제헌 의회가 공직자들의 임명권을 대통령에게 줄 것인지, 주정부를 대표하는 상원의원에게 줄 것인지를 놓고 토론을 벌인 결과 상원의 ‘각료 인준 청문회(Cabinet Confirmation Hearing)’라는 정치적 부산물을 만들어냈다. 지명(Nomination)은 대통령, 인준은 상원이라는 권력의 분점이 이뤄진 것이다. 분권의 한 형태는 시간이 흐르면서 의회가 대통령을 견제하는 핵심 수단으로 자리잡게 됐다.
오늘날 청문회 대상은 대략 600명선. 새 대통령이 들어서면 6,000여명의 관리가 바뀌게 되는데 이 중 장관 지명자 15명과 차관보급 이상 고위 정무직 400여명, 연방 검사 90여명, 대사, 군 장성 등이 까다로운 청문 절차를 거치게 된다.
임명직에 대한 승인은 16개의 상임위가 청문회를 통해 자격조건과 결격사유를 조사한 뒤 본회의에 가부 여부를 추천하면 본회의에서 찬반 투표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본회의는 상위임의 결정을 따르는 게 보통이다.
미국의 인사 청문회는 흔히 도덕과 이념의 무덤으로 불린다. 고위직 진출을 앞둔 개인의 사생활과 가치관, 윤리 규범이 청문 과정에서 완전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더욱이 공화 민주 양당간의 대립이 심해지면서 대통령이 선택한 공직 지명자의 결격 사유를 철저히 들춰냄으로써 임명을 무산시키는 예가 늘고 있다.
미 정부 역사상 모두 12명의 장관 내정자가 인준 거부됐다. 또 대법관 지명자의 20%가 인준 검증과정에서 탈락했다. 청문회를 거치기 전에 언론을 통한 검증에서 중도 탈락하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많다.
빌 클린턴 내각 출범 당시엔 상원 법사위는 법무장관 후보에 대한 추문과 비리 사실을 계속 폭로함으로써 4명의 후보가 승인 거부되거나 자진 사퇴하는 일이 생겼다. 조지 W 부시 정부 1기 때도 린다 차베스 노동장관 내정자가 불법 이민자인 과테말라 출신 여성에게 집안일을 돕게 한 이른바 ‘내니(Nanny·유모) 게이트’로 물러났다.
청문 기간에는 제한이 없다. 2차 대전후부터 계산하면 평균 9주 정도 걸린 것으로 집계된다. 3주내 끝난 경우는 8%에 불과하고 22주 이상 걸린 경우도 10%에 이른다. 특히 이념 전쟁을 치르게 되는 법관 임명의 경우 대통령 임기 내내 인준이 되지 않은 경우도 흔하다. 법관의 임기가 종신이어서 한번 임명하면 수십년 동안 특정 이데올로기나 정책을 옹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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