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0일 교육부총리 인사 파동에 대한 책임을 물어 박정규 민정수석과 정찬용 인사수석 등 청와대 참모 2인의 사표를 수리키로 한 것은 등돌린 민심을 조속히 되돌리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의 도덕성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면서 현정부의 주요 지지 기반인 개혁·진보 세력뿐 아니라 보수 성향의 국민들도 등을 돌리기 시작하자 노 대통령은 ‘심각한 상황’으로 인식해 서둘러 문책 카드를 꺼냈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당연한 문책"이라고 말하지만 노 대통령으로선 읍참마속(泣斬馬謖)이나 다름없다. 박 수석은 노 대통령과 고시 공부를 함께 했던 동향 후배이고, 정 수석은 호남 출신 중 드물게 오랜 동지였기 때문이다.
최우선 국정 목표를 ‘경제 살리기’로 설정한 노 대통령은 비판 여론을 곧바로 수용해 다시 새 출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노 대통령은 장관이나 청와대 참모들의 잘못이 드러나더라도 곧바로 문책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국민 사과, 인사 시스템 개혁 방안에 이어 참모진 일부 문책 등의 조치를 신속하게 내놓았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여론을 적극 수용해 고개 숙이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고개를 절반 밖에 숙이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다.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해찬 총리에 대해서는 전혀 책임을 묻지 않고 파문을 봉합하려고 한다는 주장이다.
노 대통령은 "중요한 결정은 내가 했다"면서도 민정·인사 수석에 대해 ‘정무적 책임론’을 꺼냈다. 인사수석에 대해서는 각계 의견을 취합해 정무직 후보군 1,200여명이 들어있는 인재 데이터베이스에서 이기준씨 등 3~4명을 교육부총리 후보군으로 추천한 책임을 묻기로 한 것이다. 또 민정수석에 대해서는 인사추천회의가 3명으로 압축한 후보군을 놓고 부실 검증을 했다는 책임을 지웠다. 각각 인사 검증과 인사 추천을 담당하는 민정수석과 인사수석은 청와대비서실 내에서도 핵심 요직이다.
따라서 후임 수석 인선 작업은 지역 안배와 전문성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시일이 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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