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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權·言 유착 2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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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權·言 유착 2題

입력
2005.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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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정부, 방송인 매수 파문

미국 정부가 정책 홍보를 위해 유명 방송인을 돈으로 매수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내용은 지난해 11월 대통령 선거전 미 교육부가 부시 대통령의 역점 정책인 ‘낙제학생방지(No Child Left Behind·NCLB)법’에 대한 지지를 얻기 위해 보수주의적인 유명 흑인 방송인에게 정부 지원금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언론들은 이번 사건을 정부가 여론 조작을 위해 세금을 오용한 대표적 사례로 규정,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도 선거운동 의혹을 제기하며 의회 차원의 진상 조사를 촉구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방송인 암스트롱 윌스엄스(사진)와 미 교육부간의 은밀한 ‘거래’는 외형적으론 합법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다. 교육부는 홍보대행사인 케첨에 NCLB 정책의 홍보를 의뢰했고, 케첨은 다시 윌리엄스가 소유한 홍보대행사 ‘그래엄 윌리엄스 그룹(GWG)’과 24만 1,000달러 짜리 재계약을 맺었다. 흑인 사회의 영향력이 큰 방송인을 통해 소수계를 위한 교육정책을 적극 알린다는 게 이 계약의 명분이었다.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신디케이트 라디오 방송 토크 프로그램 ‘윌리엄스와 오른편(Right Side)’의 진행자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윌리엄스는 흑인 사회에서 전국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거물답게 ‘돈 값’을 톡톡히 해냈다. 그는 토크 쇼 ‘오른편’ 과 신문 신디케이트 트리뷴 미디어 서비스 기고를 통해 NCLB 정책에 찬사를 보내고, 수시로 로드 페이지 장관과 관리들을 방송에 출연시켜 인터뷰하기도 했다. 윌리엄스의 이런 행태는 결과적으로 부시 후보에 대한 보수 흑인층의 지지를 유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8일 사설을 통해 "국민의 세금을 여론조작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비윤리적 수준을 넘어 법을 위반한 것이다. 부시 정부가 은밀한 여론조작과 정부 정책의 정상적 홍보 사이의 미묘한 선을 걷다 적발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의회 차원의 조사를 촉구했다.

이 신문은 지난해 선거전 보건부의 의료개혁 홍보 광고와 최근 백악관의 약물오남용 방지 캠페인을 마치 실제 뉴스인 것처럼 방송에 내보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는 보도로 위장한 돈으로 만든 발표"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발끈했다. 민주당 상원 대표인 래리 리드와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 등은 부시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뉴스가 정부 정책 편을 들도록 매수하는 것은 민주주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윌리엄스에게 지불된 돈의 회수를 요구했다. 윌리엄스는 웹사이트에 올린 사과문을 통해 "이번 일에 대한 비판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나의 판단 착오였다"고 밝혔다.

트리뷴 미디어 서비스는 7일 그의 칼럼 게재를 중단하기로 결정했으며 CNN 등 방송도 그의 출연을 재고하겠다고 발표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ksi8101@hk.co.kr

■ 부정선거 시위에 침묵 우크라 TV/ 유시첸코 찬양 돌아서

우크라이나 대선이 야당 후보인 빅토르 유시첸코의 승리로 마무리되고 있는 가운데 대선 기간 내내 권력에 기생하는 모습을 보인 우크라이나 TV 방송사의 해바라기 근성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AP통신은 9일 "우여곡절 끝에 ‘오렌지 혁명’을 이룩한 우크라이나 대선 과정에서 보여준 방송사들의 편파적인 보도형태는 언론의 생명인 공정·신뢰성에 커다란 상처를 입혔다"고 지적했다. 이들 방송사는 대선 직전인 지난해 11월 24일까지만 해도 여당 후보인 빅토르 야누코비치만을 집중 소개하는 등 일방적인 보도형태를 취했다. 반면 야당후보 유시첸코에 대해선 프로필 소개 정도에만 그치는 등 편파적인 모습이었다. 유시첸코는 대법원에 의해 재선거 방침이 확정됐을 당시 첫 요구사항으로 동등한 언론 접근법을 내세울 만큼 방송환경은 극도로 왜곡돼 있었다.

첫번째 대선 결선투표가 끝나고 부정 선거에 항의하는 군중집회가 키예프 독립광장을 가득 채웠을 당시만해도 방송사들은 반 정부 시위라며 냉소적인 보도로 일관했다. 그러나 시위발생 사흘이 지나면서 대세가 기울어지고 있다는 판단이 서자 이때부터 ‘오렌지 물결’을 일제히 보도하며 옹호했다. 방송사 스스로의 자아비판도 나오기 시작했다. 민영 채널인 ‘1+1’과 ‘인터’ 등 일부 방송사들의 잇따라 공정보도 결의문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26일 실시된 재선에서 유시첸코 후보의 승리가 확정되자 드디어 방송사들은 일제히 유시첸코 쪽으로 달려갔다. 유시첸코의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의 모습을 다룬 기획물을 하루종일 방영했으며, 그 측근들의 세세한 근황까지도 속보로 다뤘다.

"유시첸코는 처음부터 승리자였다"는 용비어천가와 같은 보도가 주류를 이뤘다. 모든 방송 채널이 연일 ‘오렌지 혁명’의 승리에 대한 특집으로 채워졌다. 선거결과 불복을 선언하고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야누코비치 후보와 그 지지자들에 대한 뉴스는 한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장학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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