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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 또 하나의 나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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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 또 하나의 나 만들기

입력
2005.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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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이나 부부가 절대 싸우지 않는 비결 한가지. 어떤 경우라도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지 말고, 자신의 기분을 있는 그대로 진술하는 것이다. 화가 났다고 해서 화를 폭발시키지 말고, 자신이 화났음을 차분히 진술해 보라. 그럼 상대방의 태도가 달라진다. 둘 사이에 대화가 가능하고,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이 방법은 연극연습에서도 유효하다. 연극이란 게 공동의 작업이다 보니, 의견충돌의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대부분의 의견충돌은 감정적 대립으로 이어지기 쉽다. 결국 좋은 공연을 위해서는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표현하고 이해하려는 태도가 필수조건이다. 이는 연기자가 연기를 하는데 있어서도 꼭 필요한 방법이다. 배우가 연기를 한다는 것은 감정을 폭발시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극중인물의 감정상쨍?철저히 파악해서 행동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하는 일이다. 단순한 감정표현은 오버액션으로 흐르기 쉽다. 냉정한 분석과 정확한 표현만이 연기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사실 앞서 말한 방법은 비단 몇가지 경우에만 유효한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많은 도움을 준다. 자신의 감정상태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눈과 그것을 솔직히 표현할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이 세상의 다툼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를 정확하게 바라보고 표현하는 또 다른 나를 항상 원했다.

누구나 매년 겪는 시행착오, 신년 소원. 올해는 우리사회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나를 가졌으면 하고 빌어본다. 헤어지는 연인도 없고, 이혼하는 부부도 없었으면 한다. 절교하는 친구도 없고, 반목하는 직장 상사도 없었으면 한다. 나아가서 무조건적 대립이 자신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하는 정치행위도 없었으면 좋겠고, 전쟁하는 나라는 더더욱 없었으면 한다. 올해만은 이런 나의 바람이 시행착오가 아니었으면 한다.

황재헌 연극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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