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실시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2대수반 선거는 마흐무드 압바스(69)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의장의 압승이 확실시된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최대 정파인 파타운동 후보로 출마한 압바스는 가장 근접한 후보 무스타파 바르구티를 지지율에서 계속 30%이상 따돌렸다.
요르단강 서안, 가자지구, 동예루살렘 3개지역 3,000여 투표소에서 180만 유권자를 상대로 치러진 선거결과는 한국시각으로 11일에 발표된다. 한때 동예루살렘에서 투표자격여부를 놓고 이스라엘과 압바스 선거본부측이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의 중재로 투표시간이 두 시간 더 연장되면서 등록된 팔레스타인인들은 모두 투표에 참여할 수 있었다. 요르단강 서안에서는 무장한 5명이 투표소에서 총을 쏘며 투표방해를 벌이기도 했다.
압바스는 야세르 아라파트가 묻힌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에서 투표한 뒤 "이번 선거는 민주화 열망을 보여주는 놀라운 사건"이라며 결과를 낙관했다. 그러나 400만 해외거주 팔레스타인과 수감자 수만명은 선거에 참여하지 못했다.
압바스가 당선되면 중동 평화협상과 팔레스타인 민주화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압바스는 폭력에 반대하는 온건한 대중노선을 걸어온 정치인이다. 미국과 이스라엘도 선거기간 팔레스타인에 대한 자극을 절제, 압바스의 입지를 강화시켰다.
압바스는 다만 ‘국부’ 아라파트와 같은 입지가 없어 정국운영에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당장 선거에 불참한 최대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 등을 제도권으로 흡수하는 국민통합 과제가 놓여 있다. 또 미국과 이스라엘이 중동평화 로드맵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내건 치안조직 정리도 쉽지않은 상태다. 압바스는 2003년 이 문제로 아라파트와 갈등을 빚은 끝에 총리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하난 아쉬라위 팔레스타인 의원은 "압바스는 정치적 비전도 없을 뿐더러, 국민들이 아라파트와 달리 그의 실패를 용인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그는 ‘아라파트의 외연’에 불과하다"고 평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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