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새벽 5시40분께 경북 칠곡군 가산면 장갑제조공장(시온글러브·대표 김원환·39)에서 불이나 이 회사 기숙사에서 잠을 자던 장애인 10명이 사상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1층 작업장에서 난 불은 가연성 스티로폼 등을 타고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번져 2층 기숙사에서 잠을 자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유모(29·대구 동구 방촌동)씨 등 4명의 정신지체장애인이 숨지고, 김모(34)씨 등 다른 장애인 6명이 부상했다. 불은 1,500여평의 공장건물을 모두 태우고 2시간이 지난 오전 8시께 진화됐다.
회사경비원 권모(45)씨는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전기가 끊겨 나가보니 1층 변압기 쪽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어 기숙사로 달려가 장애인 직원들을 대피시켰지만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기숙사는 현관 바로 위에 있어 대피가 용이했지만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새벽인데다 거동이 불편하고 판단력이 떨어지는 장애인들이어서 피해가 컸다. 불이 날 당시 기숙사에는 유씨 등을 포함, 모두 14명이 잠을 자고 있었으나 숨진 장애인들은 뒤늦게 대피한 듯 기숙사 복도와 계단, 방안에서 발견됐다.
부상자 김모(34)씨는 "잠결에 대피하라는 말을 듣고 일어나 보니 연기가 자욱해 계단으로 내려가지 못하고 방충망을 뜯고 뛰어 내렸다"며 "경보기가 제때 울리고 누군가 안내만 제대로 했어도 모두 살 수 있었을 것"이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숨진 이모(21·경북 포항시)씨의 어머니 장모(49)씨는 "60여만원 정도의 월급을 한푼도 안 쓰고 집에 부치는 효자였다"며 "고등학교를 어렵게 졸업하고 얻은 직장이라 얼마나 좋아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 회사는 209명의 종업원 가운데 장애인이 79명이며 이중 정신지체장애인이 70%에 달하는 장애인고용모범업체로 자활의지를 다지던 장애인이 유명을 달리하고 다른 장애인들도 일자리를 잃게 될 위기에 처해 안타까움을 더해 주고 있다.
칠곡=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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