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기 태권도 문대성/태권도 진수 전세계에 과시
문대성은 지난해 8월 아테네올림픽 최종일 열린 남자 태권도 80㎏이상급에서 그리스의 태권도 영웅 알렉산드로스 니콜라이디스를 주특기인 왼발 뒤후려차기 한방으로 통쾌한 KO승을 거두며 태권도의 진수를 전세계에 보여주었다. 특히 문대성은 니콜라이디스를 매트에 눕힌 뒤 따뜻한 포옹을 건네 그리스기자협회가 주는 아테네올림픽 페어플레이상을 받는 등 스포츠맨십을 드높였다. 문대성의 금메달 획득은 한국이 종합 9위로 뛰어 올라 8년 만에 세계 10위권에 재진입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시드니올림픽 국가대표선발전에서 아쉽게 태극마크를 내주며 ‘비운의 스타’로 전락했던 문대성은 2002년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이어 올림픽까지 석권, 태권도 종주국의 자존심을 곧추세웠다. 최근 현역에서 은퇴한 문대성은 동아대 감독으로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됐다.
■ 구기 핸드볼 이상은/無籍 설움 씻고 銀 일궈
이상은은 아테네올림픽에서 대표팀 주장을 맡아 은메달을 획득, 핸드볼의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며 국내외에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2003년 팀 해체의 아픔속에서 무적 선수로 활약하던 이상은은 2004아테네올림픽 대표선수로 발탁돼 주포로 활약했다. 특히 세계 최강 덴마크와의 올림픽 결승전에서 두 차례 연장전 끝에 승부던지기에서 2-4로 석패, 온 국민에게 눈물의 드라마를 선사하는 등 투혼을 발휘했다.
이상은은 올림픽 투혼을 계기로 창단된 효명건설에서 팀을 이끌며 신생팀에도 불구하고 전국체전 3위 입상의 위업을 달성했다. 특히 진행중인 핸드볼 큰잔치에서도 6연승행진을 주도하며 상위권에 올라 있다.
■ 단체 농구 연세대/방성윤 공백 딛고 아마 제패
연세대(감독 김남기)는 지난해 농구대잔치 3연패를 포함해 MBC배 전국대학농구선수권과 전국체전 대학·일반부 우승을 차지하는 등 아마 농구 최강 팀으로 군림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농구대잔치 우승은 그 동안 팀 전력의 핵이었던 방성윤(로어노크 대즐)의 미국 진출 공백을 딛고 이뤄 낸 성과라 더욱 값지고 빛난다.
연세대의 가장 큰 장점은 주전과 후보가 따로 없이 선수 전원이 각자 고른 기량을 보이고 있다는 것. 김남기 감독은 "주전과 후보간에 실력차가 없어 언제든 베스트5를 구성할 수 있다"며 "올해도 특급 신입생들이 들어왔기 때문에 연세대의 전성시대는 계속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 개인 양궁 박성현/세계최강 한국양궁 대들보
아테네올림픽 양궁에서 2관왕에 오른 박성현은 한국여자양궁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2001년 태극마크를 단 박성현은 같은 해 9월 열린 세계양궁선수권 여자개인전에서 우승하며 주목받았다. 그러나 박성현은 이후 윤미진 등에게 밀려 단체전에서만 반짝했을 뿐 좀처럼 정상에 서지 못했으나 2003년 유니버시아드대회 개인전에서 우승하며 자신감을 회복했다.
박성현의 강점은 170㎝ 72㎏의 듬직한 체격에서 뿜어 나오는 묵직한 파워슈팅으로 바람에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으며 주변 환경에 잘 흔들리지 않는 우직함까지 갖췄다는 평가다. 특히 박성현은 10월 열린 전국체전에서 5관왕에 등극하며 MVP를 차지했다. 더욱이 개인종합, 단체종합, 70m 등에서 세계신기록을 작성했으며 60m에서는 세계타이기록을 쏘는 등 당분간 그의 시대가 계속될 전망이다.
■ 기록 역도 장미란/女역도 사상 첫메달 쾌거
한국여자 역도의 대들보 장미란은 지난해 8월 열린 아테네올림픽에서 한국 여자역도 사상 최초의 메달을 획득하며 한국신기록을 경신했다. 여자 역도 75㎏이상급에서 중국의 탁공홍과 막판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선전을 펼쳤으나 아깝게 은메달을 차지해 더더욱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최근 국회 대중문화&미디어연구회는 장미란에게 올해의 공적을 높이 평가, 2004년 대한민국 국회대상(스포츠분야)을 시상했다. 또 체육기자들이 뽑은 2004자황컵 체육대상에서 여자 최우수기록상도 수상했다. 올림픽이후 소속팀 원주시청은 장래에 대한 불안감 없이 훈련 및 경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코치 직도 맡기고 있다.
■ 최우수신인 양궁 임동현/男양궁 새 에이스
10대 소년 궁사 임동현은 2004아테네올림픽 양궁 남자단체전에서 선배 장용호(예천군청), 박경모(인천계양구청)와 짝을 이뤄 대만을 251-244로 여유 있게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거는 기개를 떨쳤다.
임동현은 개인전 8강전에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야마모토 히로시(일본)에 1점차로 분패, 2관왕의 꿈은 좌절됐지만 한국 남자양궁의 미래를 짊어질 기대주로 꼽히기에 충분했다. 아테네올림픽 랭킹라운드(72발)에서 687점을 쏜 임동현은 심영성(부산서구청)이 1995년 세운 종전기록(685점)을 경신, 세계를 놀라게 했다. 특히 네덜란드와의 단체전 8강전에서는 무려 3차례나 퍼펙트골드(불스아이)로 과녁 정중앙의 지름 1㎝ 카메라를 적중시키는 신기에 가까운 실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 남자우수신인 축구 박주영/차세대 골잡이 우뚝
박주영은 2004아시아청소년선수권을 통해 8강 징크스에 시달리던 한국축구에 첫 우승을 선사하며 차세대 스트라이커로 주목 받았다. 대구 청구고 시절 박주영은 33경기에 출전, 47골(경기당 1.42골)로 각광 받았으며 특히 2003년에는 2, 3명의 집중마크를 받으면서도 4개 대회의 득점왕을 싹쓸이하는 기염을 토했다.
182㎝ 70㎏의 탄탄한 체격에 부드러운 볼 컨트롤과 드리블, 패싱력, 정확한 슈팅에 지능적인 플레이까지 축구선수가 갖추어야 할 능력을 갖췄다는 극찬을 받고 있다. 박주영은 지난해 10월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시아청소년대회 중국과의 결승전에서 2골을 잡아내는 등 6골 2도움을 기록하며 MVP와 득점왕을 석권, 한국축구의 희망으로 급부상했다.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체력과 스피드만 보강하면 세계무대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 특별상 체조 양태영/金보다 값진 銅
양태영은 2004 아테네 올림픽 기계체조 남자개인종합 경기에서 최고의 기량을 선보였지만 심판의 오심으로 억울하게 금메달 대신 동메달을 목에 건 주인공이다. 평행봉에서 양태영이 출발점수가 10점 짜리인 경기를 펼쳤지만 심판들이 이를 잘못 적용해 9.9점으로 계산하는 바람에 0.1점을 순식간에 날렸다. 설상가상 심판들은 미국 폴 햄이 뜀틀 착지에서 1점 이상의 감점이 예상되는 결정적인 실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9.137점을 줘 관중들을 어리둥절케 했다. 결국 중간 종합 순위 1위를 달리던 양태영은 심판의 어처구니없는 오심으로 금메달을 폴 햄에게 도둑맞은 꼴이 됐다. 하지만 명백한 오심임에도 심판의 결정에 깨끗이 승복한 양태영의 올림픽 정신은 전 세계 스포츠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 여자우수신인 육상 최윤희/ 한국新 6번 ‘훌쩍’
최윤희는 지난해 4월 전국종별육상대회 장대높이뛰기에서 3m61을 훌쩍 넘으면서 한국신기록을 작성하기 시작, 한해 동안 한국신기록을 6번이나 갈아치우는 등 한국여자장대높이뛰기의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옐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가 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며 세운 세계신기록(4m91)과는 한참 거리가 있지만 6개월 사이에 기록을 무려 21㎝나 향상시키는 무서운 상승세로 볼 때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대형사고를 칠지도 모른다는 평가다. 최윤희를 지도하고 있는 이원 감독은 이신바예바는 경력이 8년이지만 최윤희는 이제 4년이라며 스피드와 상체 근력을 더 보강하고 국제대회 경험만 쌓는다면 육상 불모지 한국에서 큰 나무로 자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극찬했다.
정리=박원식기자 parky@hk.co.kr
■ 심사경위/ 올림픽 9위 공로 높이 평가 유승민·이원희 아쉽게 밀려
2004년은 아테네올림픽이 열린 해로 탁월한 성적을 올린 후보들이 너무 많아 심사위원들이 수상자를 선정하는데 애를 먹어야 했다.
지난달 16일 제42회 백상체육대상 심사를 위해 한국일보사 12층 송현클럽 남산룸에 모인 6명의 심사위원들은 2004년을 빛낸 스포츠 스타들의 성적 자료를 앞에 놓고 1시간30분 여에 걸쳐 엄격한 검증작업을 벌였다. 스포츠 분야에 탁월한 식견과 안목을 지닌 6명의 심사위원들은 2004년에는 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8년 만에 한국스포츠가 세계 10위 권에 재진입하는데 공헌한 스타들의 공로가 가장 두드러진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심사에는 신인상 부문 6명, 5대상은 기록 3, 개인 3, 투기 3, 구기 3명과 단체 5개팀이 1차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에 올랐다. 가장 경합이 치열했?부문은 투기부문과 개인부문이었다.
개인부문에서 조동표 위원은 박성현이 아테네올림픽 2관왕에 오른 최고중의 최고인데다 올림픽 직후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고 전국체전에서 잇달아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5관왕과 MVP를 차지하는 등 탁월한 업적을 이뤄냈다고 천거했다. 이에 김성집 위원장이 "유승민도 절대 불가능하다는 주변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만리장성을 넘은 것은 대단하다"면서도 박성현이 2관왕을 차지한 것을 높이 샀다. 또 6개 종목을 통해 순위를 가리는 체조 개인종합 은메달도 훌륭한 성적이라는 일부 위원의 아쉬움도 있었지만 박성현이 만장일치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투기부문에서는 유도의 이원희와 태권도의 문대성이 경합을 벌였지만 올림픽 최종일 짜릿한 감동과 뇌리에 강한 인상을 심어주며 대미를 장식한 문대성이 근소하게 앞서 영광을 차지했다.
기록부문은 여자역도에서 올림픽 사상 첫 은메달을 따내며 개척자로 떠오른 장미란이 대상을 차지했다. 구기상은 비록 은메달에 그쳤지만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아줌마 부대를 이끌며 국민들에게 진한 감동을 안겨준 여자핸드볼의 이상은이 프로야구의 MVP 배영수를 따돌리며 대표팀을 대표해 수상했다. 단체부문은 하승진 방성윤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농구대잔치 3연패를 달성하며 3관왕을 달성한 연세대 농구팀에게 돌아갔다.
신인상 부문은 장래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남자양궁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데 공을 세운 10대 소년 궁사 임동현이 가장 높은 평점을 받아 최우수신인상을 차지했으며 남·녀 우수신인상은 축구의 박주영과 육상 여자장대높이뛰기의 최윤희가 각각 수상했다. 특별상은 오심판정으로 억울하게 금메달을 빼앗겼지만 스포츠맨십을 발휘, 깨끗하게 승복한 체조의 양태영에게 돌아갔다.
여동은기자 deyuh@hk.co.kr
●심사위원 명단
김성집 대한체육회 고문(심사위원장)
조동표 스포츠평론가
김인건 대한체육회 태릉선수촌장
이덕분 여성스포츠회 회장
박건만 한국체육기자연맹 회장
김경철 한국일보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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