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남성들은 배용준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일본 여성의 ‘욘사마’ 열광을 보면서, 사람들이 가끔 화제로 삼는 궁금증이다. 유명 배우 겸 감독인 기타노 다케시의 글은 자못 신경질적이다. "어째서 한국 남성이 그렇게 훌륭하냐? 그것은 단지 드라마일 뿐이고, 실제 한국 남성도 일본 남성과 마찬가지다. 그들도 거짓말하고 불륜관계를 갖고 때로 폭력적이다." 인기 소설가 무라카미 류의 평은 점잖다. "주위에서 모두 배용준이 품위 있고 고상하다고 한다. 한국 배우는 일본 배우에 비해 상당히 지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 무라카미는 또 "요즘 할리우드 영화와 한국 영화가 있으면 한국 영화를 보겠다"고 말했다. 우리 영화가 굉장히 재미있고 파워도 있다는 것이다. 기타노의 평가 역시 이 대목에서는 공정해 보인다. "한국 드라마는 촬영과 연기에 어떤 ‘화학물질’도 첨가하지 않아 시청자를 감동시킨다." 그는 새해에도 한류 열풍이 지속될 것이며, 열풍의 시조는 배용준이라고 말했다. ‘겨울연가’ 바람은 동남아시아를 넘어 아프리카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가나에 이어 최근 이집트에서도 방영되기 시작했다.
■ 유명해진 ‘겨울연가’ 전편을 처음 본 것은 지난 연말 일본 NHK 위성방송을 통해서였다. 화면이 좋지 않아 불편했는데, KBS에서 재방을 한다고 해서 반가웠다. 지난 토요일 밤 2회까지 다시 보았다. 풋풋하고 따스한가 하면, 가슴 저린 드라마였다. 구성에서 무리가 느껴지면서도, 배용준 최지우 등의 연기와 대사가 애틋한 흡인력을 지니고 있었다. ‘겨울연가’ 재방으로 그 시간대의 ‘토요명화’ 방영이 한동안 중단된다고 한다. 더빙 일거리를 잃은 성우들을 위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 한 조사에 따르면 세계에서 드라마를 가장 좋아하는 국민은 영국인과 한국인이다. 이런 취향이 TV 방송을 좀더 고급화시키지 못한 원인이기도 하지만, 드라마를 남달리 역동적이고 다양하게 발전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인들이 열광하지 않았다면, KBS를 통해 역사적 의미가 다른 ‘겨울연가’를 다시 만나기는 어려웠을 테니, 아이러니다. ‘겨울연가’ 재방이 한류의 큰 줄기인 우리 드라마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박래부 수석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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