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준 교육 부총리가 임명된 지 불과 사흘 만에 도덕성 논란으로 중도 하차한 사실은 청와대 인사 시스템에 큰 허점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청와대는 개각에 앞선 검증 과정에서 이 부총리의 장남이 이 부총리 소유의 대지 위에 지어진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7일 밝혀졌다. 박정규 민정수석은 "검증 때 이 부총리 아들의 부동산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청와대는 또 이 부총리가 서울대총장 재직 중에 논란이 됐던 사외이사 겸직, 판공비 유용 문제 등은 장관 업무 수행에 결격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청와대는 6일 노무현 대통령의 386 측근인 안희정씨 변호를 맡았던 김진국 변호사를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에 임명했다. 지난해 5월 민정비서관에 임명된 전해철 변호사도 안씨 변호를 맡았었다. 물론 두 변호사가 능력 있는 인물일 수 있다. 그러나 민정수석실은 인사검증과 함께 대통령 친인척과 정권 실세들을 엄격하게 관리, 정권 기강을 바로잡아야 하는 부서다. 이런 핵심 자리에 안씨 변호인을 임명했다는 사실은 민정수석실 기능이 무엇인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대두되고 있다.
현 정부는 출범 직후 인사수석실과 인사추천회의를 신설하면서 "연줄과 백줄이 끊어지고 시스템 인사가 정착됐다"고 자찬했다. 하지만 청와대 핵심 인사 6명이 참석하는 인사추천회의에서는 충분한 토론이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른 수석비서관이 추천하는 사람에 대해 부정적 언급을 하기가 어렵다"며 "일부 인사만 발언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자칫하면 대통령 측근들의 나눠먹기식 인사로 변질될 우려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인사추천회의에 참석하는 한 고위관계자가 최근 "이 부총리는 청빈한 사람이어서 집 한 채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한 점으로 미루어봐도 논의가 부실했음을 알 수 있다. 민정수석실의 검증 작업에도 허점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이번 개각 때 3일 동안 30명을 검증했는데 본인 및 부인과 관련된 부분을 확인하기도 벅찼다"고 말했다.
견제와 균형을 이룬다는 차원에서 인사 추천은 인사수석실로, 검증 업무는 민정수석실로 분리했지만 여기에도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추천과 검증이 분리되다 보니 일관성에 문제가 있고 인사수석실과 민정수석실이 책임 떠넘기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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