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나지 않습니다"(오전 11시40분께)
"사퇴해야 할 것 같습니다"(오후 5시께)
"장관직을 사임합니다"(오후 6시30분께)
7일 전격 사퇴한 이기준 교육부총리의 ‘하루’는 첩보영화를 방불케할 만큼 긴박했다. 오전까지만 하더라도 "나갈 이유가 없다"며 완고하게 버티기 입장을 보였던 이 부총리가 오후 들어 ‘사퇴’쪽으로 마음이 돌변했고, 결국 사임에 이르렀다. 시간상으로는 불과 6시간 만에 상황이 완전히 뒤바뀐 셈이다.
이 부총리는 이날 오전 9시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경제장관간담회에 참석,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고 어려운 큰 일들이 많이 남아있어 걱정" 이라고 운을 뗀 뒤 "최선을 다할테니 많이 도와달라"고 ‘정부 차원의’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도덕성 논란이 확산되면서 사퇴압력이 거세지고 있지만 자진사퇴할 마음이 없다는 의미였다. 그는 간담회가 끝난 뒤 정부 중앙청사로 들어서면서 미리 대기하고있던 취재진의 거취 관련 질문에도 "제가 왜 사퇴해야 합니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점심을 간부들과 함께 한 이 부총리는 오후에는 차관보·실장 회의를 가졌고, 오후 2시께부터는 기획관리실 학교정책심의관실 등의 업무보고를 차례로 받았다. 당시 업무보고에 참석했던 한 간부는 "부총리는 보고를 들으면서도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는 오후 5시께 급반전됐다. 예정됐던 실·국 업무보고가 중단된 대신 차관과 공보관 등이 참석한 긴급회의가 열렸기 때문이다. 교육부 고위관계자는 "이 부총리가 장남의 대학입학 문제가 집중 거론되고있고 시민단체가 부실 재산신고 의혹 등을 제기했다는 보고를 받은 뒤 핵심 간부를 불러 사의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고위관계자는 "정권과 교육부에 더 이상 부담을 줘서는 안되겠다는 말도 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 부총리는 오후 6시께 공보관을 통해 "사퇴 기자회견을 준비하라"고 지시했고 오후 6시30분 2분여 동안 짤막한 공식 사퇴 원고를 읽었다.
그는 "교육장관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사임코자 한다"며 "저로 인해 국민여러분께 너무 많은 부담을 드린 것 같아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이어 "장관직을 국가에 대한 마지막 봉사로 알고 최선을 다하려 했으나 여러 일들로 인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교육가족과 교육부 직원 등에게 죄송하다"며 "저의 사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교육정책이 펼쳐지길 바란다"고 읽었다. 이후 그는 취재진의 질문을 일체 받지 않은 채 교육부를 떠났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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