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연구원이 100여년 만에 오류를 바로잡은 새 한반도 산맥지도를 완성(7일자 A1·6·7면 보도)함에 따라 ‘잃어버린 우리산맥’을 복원하기 위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새 지도에서 일련번호로만 표기된 산맥들에 하루 속히 제 이름을 찾아주자는 운동과 함께, 나아가 이번 기회에 ‘창지개명(創地改名)’된 지명들을 모두 바로잡아 일제 잔재를 깨끗이 청산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녹색연합은 7일 서울 명동에서 ‘국토 인식체계 바로 세우기-백두대간 국가지도에 표기하기 운동’ 선포식을 갖고 대국민 서명캠페인을 시작했다. 녹색연합은 성명에서 "국토연구원의 연구로 일제시대부터 100년 동안 별 검증없이 사용해 온 산맥체계가 지형적, 지질학적으로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우리 고유?지리인식 체계인 백두대간 개념을 되살려 교과서 내용과 각종 지도표기를 전면 수정할 것"을 촉구했다.
녹색연합은 우선 10만명을 목표로 서명운동을 한 뒤 지도제작을 담당하는 국토정보지리원에 태백산맥, 소백산맥 등의 현행 지도표기를 백두대간으로 바꾸도록 청원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100년 전 일본인 지질학자 고토분지로(小藤文次郞)의 잘못된 산맥체계를 따르고 있는 초·중·고등학교 지리교과서 및 사회과부도의 개정운동도 대대적으로 펼친다는 계획이다.
지리학계는 기존 학설을 뒤엎는 연구결과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산맥체계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선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성신여대 양보경 교수는 "새 산맥지도가 조선시대의 고지도들을 집대성한 ‘대동여지도’와 흡사하다는 것은 우리 옛 측량체계가 그만큼 정밀하고 과학적이었음을 보여준다"며 "다만 현행 교과서 산맥체계가 잘못됐다고 무턱대고 이름부터 바꿀 게 아니라 ‘산경표’를 비롯한 당대의 각종 지리서와 문헌, 고지도 등을 종합적으로 연구, 우리민족의 대표적인 산맥체계가 무엇인지를 학술적으로 정립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류재명 교수는 "현재의 산맥들도 주변의 대표적 지명과 산 이름 등을 근거로 명명된 것"이라며 "충분한 지형학적, 인문지리학적 검토와 논의를 거치지 않은 채 과거청산이나 민족감정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한편 네티즌이나 일반 시민들은 오랫동안 배워 온 교과서 산맥체계가 오류 투성이였음이 드러난데 대해 기막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인터넷에는"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지가 언젠데 왜 지금까지 검증 한번 못했나" "일제의 지리왜곡을 맹종해 온 학자들을 일벌백계하라" "새 산맥이름 지을 때 지리학자들은 제외시켜라" 등 정부와 학계에 대한 비난과 불만이 빗발쳤다.
한 일선 초등학교 교사는"당장 아이들에게 지금 교과서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난감하다"며"학자들은 괜한 자존심이나 권위를 내세워 머뭇거리지 말고 하루 속히 의견을 모아 교과서부터 고치길 바란다"고 말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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