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서울 아들 집에 오실 때마다 길 위에서 파는 물건 한 보따리를 사오신다. 단돈 몇 천원에 스무 종류도 넘는 수저 세트를 사오시기도 하고, 또 우리 쓰라고 만원짜리 공구 세트를 사오시기도 한다.
그런 아버지를 닮아 나도 길 위에서 파는 물건을 잘 산다. 엊그제 해가 바뀐 다음 처음으로 전철을 타고 일산에서 서울까지 나갔다가 들어오면서도 그랬다. 전에도 전철을 탈 때마다 그 안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을 만나곤 했지만, 엊그제는 한두 사람이 아니라 네댓 사람 연속으로 만났다.
우연히 그랬을 수도 있지만 그들 역시 새해에는 보다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각오를 瑁냅?테고, 그래서 다른 때보다 더 많이 전철로 나왔던 것인지 모른다. 그날 전철에서 내가 산 물건들은, 그것이 어떻게 1,000원짜리라는 것인지 모를 운동장갑과, 1,000원짜리 후레쉬, 1,000원짜리 본드, 1,000원짜리 손톱깎이 세트, 한 묶음에 5,000원 하는 칫솔이었다.
새해 첫 나들이라 보이는 물건 모두 샀다. 그렇지만 집에 와서는 아내 앞에 장갑만 내놓았다. 아버지도 가끔 그러신다고 했다. 내겐 큰 소용이 없어도 때로는 그걸 파는 사람에게 희망이 되는 물건도 있는 법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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