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을 위한 금융혜택이 실종됐다. 비과세 금융상품은 대부분 자취를 감추고 있고, 초저금리 기조의 장기 고착화로 ‘금리 우대 효과’도 크게 퇴색했다. 금융의 공공성이 빈부 격차를 다소나마 완화하는 기능을 수행하기를 기대하기는 당분간 쉽지 않게 됐다.
◆ 소멸하는 비과세 상품 = 5일 금융계에 따르면 주식형 투자신탁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지난해 말로 사실상 종료됐다. 조세특례제한법은 이 상품의 비과세 종료 시점을 ‘2005년 말’로 명시하고 있지만, 1년 이상 가입해야만 하는 비과세 요건을 고려할 때 작년 말까지 가입한 고객들만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세수 감소나 형평성 등의 문제를 고려해 비과세 제도를 서서히 폐지하겠다’는 정부의 기본 방침에 따른 예고된 수순. 취지에 수긍하면서도, 순수하게 서민을 위한 비과세 혜택까지 모조리 없애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도 많다.
연간 총 급여 3,000만원 이하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했던 근로자우대저축, 투기등급이하 채권에 일정 비율을 투자하는 고수익고위험신탁저축 등 비과세 상품은 하나 둘씩 사라져가는 추세다. 또 2000년말까지 판매됐던 개인연금저축은 비과세 혜택이 부여됐던 반면, 이후 이 상품을 대체한 연금저축은 5.5%의 연금소득세를 내도록 하고 있다.
비과세 요건도 엄격해지는 추세다. 장기주택마련저축은 올해부터 ‘가구주(세대주)’요건이 새로 추가됐고, 장기 저축성 보험의 최저 가입 기한은 최근 7년에서 10년으로 확대됐다. 농특세 1.5%만 부과되는 농·수협 단위조합 예탁금 등은 2007년부터 단계적으로 5%, 10% 등의 이자소득세가 부과될 전망이다. 그나마 최근 생계형 저축의 가입 자격이 종전 65세 이상에서 60세로 낮아지고 가입 금액도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확대된 것이 위안거리다.
◆ 저금리 효과 = 극심한 저금리 탓에 그나마 남은 혜택조차도 희석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국민주택기금 대출이다. 현재 국민주택기금의 주택구입자금 대출금리는 연 5.8%. 정부는 20일부터 금리를 연 5.2%로 낮추기로 했지만, 시중 금리와 비교할 때 별반 차이가 없다. 시중은행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대 초반이고, 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론 금리 역시 5.95%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시중 금리가 연 20%에 육박하던 2000년 무렵 국민주택기금 대출 금리가 절반 가량인 연 7~9%여서 서민들에게 실직적인 혜택이 돌아갔던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예금 역시 마찬가지다. 금융소득 감소로 이자소득세가 ‘24.2% →16.5% →15.4%’ 등으로 하락하면서 비과세나 세금우대 상품의 감세 효과는 상대적으로 축소됐다. 여기에 저금리로 이자소득이 줄어들면서 실질적인 세금감면 효과까지 줄어들고 있다. 예를 들어 똑 같은 20% 감면이라도 대상 이자가 100만원이면 20만원의 혜택이 있지만, 대상 이자가 50만원이면 감면 혜택은 10만원에 그친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저금리로 세금감면 효과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서민을 위한 비과세 상품까지 일괄적으로 축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 은행예금 처음 감소/저금리 탓 작년 5조줄어 510조
저금리 여파로 지난해 은행예금이 처음으로 줄어들었다. 민간대출 증가규모도 사상 최저수준을 기록하는 등 금융시장내 은행의 기능이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말 예금은행(산업은행 제외)의 총예금 잔액은 510조1,100억원으로 2003년보다 5조3,851억원 감소했다.
특히 양도성예금증서(CD)처럼 시장에서 조달되는 부분을 뺀 저축성 예금잔액은 463조830억원으로 1년새 7조3,565억원이나 줄었다. 매년 30조~50조원씩 늘어나던 예금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유례가 없는 일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초저금리 상황을 맞아 시중자금이 투신 등 제2금융권으로 이동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예금은행이 대출 채권·어음매입 등을 통해 기업에 돈을 빌려준 민간신용 잔액은 작년말 현재 730조8,366억원으로 1년전에 비해 9조5,121억원이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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