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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맛있는 주말-박재은의 음식이야기 - 잔인한 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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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맛있는 주말-박재은의 음식이야기 - 잔인한 미식

입력
2005.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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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이나 식도락을 고상한 취향과 연결시키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미식은 잔인함에 더 가깝다. 더 좋은 것, 더 많은 것을 바라는 게 인간의 욕심.

욕심은 우리를 잘도 조종하여 구석기에서 신석기로, 디지털 시대로 점점 복잡한 세상을 만들어 버린다. 욕심이 무서운 이유는 더 나은 것들을 손에 넣어도 거기서 멈춰주지 않기 때문. ‘파워 욕심’에 미친 이들은 전쟁과 정쟁에, ‘돈 욕심’에 미친 이들은 각종 비리에 연루된다. 이런 욕심이 세 치 혀를 타고 올라 ‘맛 욕심’에 이를 때 식도락 잔혹사는 시작된다.

▲ 푸아그라

프랑스 페리고드 지방에 가면 거위 농가 일색이다. 농장 안을 들여다 보면 토실토실한 거위들이 제 몸 만한 깔때기를 입에 꽂고 있는 기이한 광경이 펼쳐지는데. 농부들은 시간에 맞추어 깔때기 속으로 옥수수를 들이붓는다. 이어서 물을 부으면 옥수수와 물이 거위 몸을 부풀려 오동통하면서도 부드러운 지방간을 만들게 된다.

이것이 바로 세계 3대 미식재료라는 푸아그라(살찐 간)를 만드는 방법이다. 전세계 동물애호단체들이 푸아그라의 불법화를 추진중이라는 사실에 고개가 끄덕여질 만 하다.

하지만 나는 푸아그라를 좋아한다. 따뜻한 물 풍선 같이 부푼 푸아그라를 포트와인이나 알마냑에 재웠다가 오리기름과 버터에 지져낸 요리는 인간의 혀가 음미할 수 있는 최고의 사치이다. 여기에 오렌지 즙이나 사과를 첨가하여 느끼함까지 눌러주면 푸아그라가 얼마나 잔인한 음식이었는지 따위는 싹 잊을 만큼 화려한 맛이 탄생한다.

▲ 참게 지짐

민물에서 사는 참게를 아시는지? 삼,사십년 전 만해도 민물참게로 담근 게장은 보물이었다. 디스토마 균이 문제시되면서 온전한 화식(火食)이 아닌 게장을 담그는 데에 꽃게가 선호되기 시작했지만 말이다.

필자의 친가 사람들은 평안도 출신이다. 참게 마니아인 그들은 참게 게장에 대한 논란이 일던 1970년대 어느 날 불로 포르르 끓여내는 참게 지짐을 생각해냈다. 조리법인 즉 이러하다. 한번에 살아있는 참게를 백 마리씩 사들여서 커다란 독에 담고 잘게 간 소고기를 들이붓는다.

이렇게 하룻밤 두면 소고기를 잡아먹은 산 게는 한껏 살이 오른다. 깊이가 있는 들통에 고추장, 된장, 마늘, 풋고추를 풀고 불에 올려 장국을 끓이고. 장국이 팔팔 끓을 때 살찐 산 게 백 마리를 통 채 넣고 익히는데, 이때 게가 기어올라오지 못하도록 냄비의 깊이가 요구되는 것이다.

바둥거리던 게가 이내 움직임을 멈추면 그대로 자작해 질 때까지 국물을 졸인다. 산 게가 뿜어낸 단물과 양념이 흠뻑 밴 참게 지짐. 한 마리 건져 등딱지를 뜯어내고 따끈한 흰밥을 넣어 비벼먹으면 조부모님 말대로 “이거이 바로 천당”이다.

먹는 자에게는 천당이요, 먹히는 자에게는 생지옥인 미식의 세계. 생후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새끼 돼지를 통째 굽는 스페인의 애저 구이는 야들한 아기살을 오븐에 넣어 다섯 시간이상 구워낸다. 일본에서는 빙어가 헤엄치는 예쁜 어항을 상에 두고 한 마리씩 산채로 건져먹기도 한다.

몸을 지탱할 정도의 음식만 약 삼아 먹겠다는 불가의 식전 기도문(오관계)과 혀끝 쾌락에 놀아나는 현실 사이에서 오늘도 나는 아슬아슬한 욕심 줄 위에 서있다.

*푸아그라 인위적인 방법으로 비대하게 살을 찌운 가금류의 간을 말하며 오리나 거위 혹은 두세 종류의 동물간을 섞기도 한다. 시판되는 통조림 제품은 거위나 오리의 첨가도가 높을수록 고급이다.

*포트와인 당도가 높은 포르투갈 산 주정강화 와인.

*알마냑 보르도 남쪽 알마냑 지방에서 꼬냑과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지는 식후주.

▲ 조리법

<사과 졸임과 푸아그라>

푸아그라 1캔(백화점 와인, 치즈 코너에 문의), 버터150g, 사과1/2개, 그랑마니에르(혹은 오렌지 쥬스) 1큰술, 양파1/3개, 오렌지나 귤즙 1큰술, 요리용 레드와인이나 복분자술 1컵, 소금, 후추.

1. 팬에 50g의 버터를 달구어 記?크기로 자른 사과를 지지다가 소금, 후추, 그랑마니에르를 넣고 약불에 졸인다.

2. 양파는 아주 잘게 다진 다음 30g의 버터에 볶는다.

3. 2에 레드 와인이나 복분자주를 붓고 반으로 졸인다.

4. 팬에 70g의 버터를 달구고 캔에서 꺼내어 횡으로 자른 푸아그라 조각을 앞뒤로 지진다음 후추로 간한다.

5. 접시에 1의 사과를 깔고 4의 푸아그라를 올린 후

6. 푸아그라를 지진 기름기가 남아있는 4의 팬에서 한번 더 끓인 3의 와인 소스를 5에 곁들인다.

/푸드채널 ‘레드쿡 다이어리’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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