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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을유년 이 사람] (4) 손학규 경기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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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을유년 이 사람] (4) 손학규 경기지사

입력
2005.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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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경기도청에서 기자와 만난 손학규 경기지사는 평소와 달랐다. 차기 대권도전 얘기만 나오면 손사래를 치던 그가 아니었다. 손 지사는 2007년 대권도전 여부를 묻자 "내게 맡겨진 사명이나, 몰아친 도전을 한 번도 회피한 적 없다"고 말했다. 새해엔 보다 큰 목표를 향해 움직이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손 지사의 가능성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수도권(경기 시흥) 출신으로, 치열한 민주화운동 경험에 교수· 3선 의원·장관을 지낸 그의 경력은 차기 대선에서도 최대 승부처로 여겨지는 ‘중원’(수도권, 30·40대, 중도세력) 공략을 위한,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무기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그래서인지 "여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바로 손학규"라는 말도 들린다.

그러나 다른 한편엔 "이는 어디까지나 한나라당의 예선을 통과했을 때의 얘기"라는 냉정한 시각도 엄존한다.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에 비해 낮은 대중 지지도와 상대적으로 취약해 보이는 당내 기반이 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손 지사는 이에 대해 "한나라당이 집권을 할 것인지, (낙동강 사수론과 보수 원조론, 근대화·산업화 시대의 환상 속에서) 카타르시스를 하고 말 것인지 엄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당내 의원들간 친소·이해 관계나 폐쇄적, 시대착오적 논리에 함몰돼 숲 전체를 보지 못하면 다음 대선에서도 고배를 마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그의 지론인 ‘야당 주도세력 교체론’으로 이어진다.

손 지사는 또 "당 기반은 지금 어떤 직책을 맡아 뭘 하느냐에 달린 것일 뿐"이라며 "나를 좋아하고 믿는 당원과 지지 층이 아주 튼튼한데 언론이 약하다고 쐐기를 박아 재생산되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대중들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자신에게 직접 혜택이 오는가의 차원에서 사회를 보는데, 나는 국가의 미래만 생각하고 실적을 내놓는 것엔 소홀했기 때문에 지지도가 오르지 않은 것 같다"며 시종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손 지사가 추구해온 ‘실사구시의 CEO 형 도백’은 외자유치 실적 등에도 불구하고 ‘서울 프리미엄’에 가려서인지 아직은 선명한 인상을 주지 못하고 있다. 손 지사는 "10을 얻고도 100을 평가 받는 일이 있는 가하면 100을 하고도 반도 평가 받지 못하는 일이 있다"며 "중앙정치에 소외된 현실이긴 하지만 때로는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명박 시장과의 차별화도 숙제지만, 17대 총선 때 탄핵 역풍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당을 구해낸 박근혜 대표의 당내 위상 역시 손 지사가 넘어야 할 벽이다.

흉중의 큰 꿈과 달리 손 지사가 올해 내세운 슬로건은 ‘일자리 도지사’다. 지난해 말부터 당과 정치 현안에 대해 서서히 목소리를 내면서 캠프에 사람을 끌어 모으고 있지만, 결코 조급하게 움직이지 않겠다는 뜻이다. 손 지사는 지금 "모든 선거는 직전 6개월 승부"라는 선거 공학에 따라 결승 선 앞 스퍼트를 위한 스트레칭을 시작하는 중이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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