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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 5,000명 회원 사이버서당 운영 이계황씨/ "東洋의 지혜, 사이버에서 논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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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 5,000명 회원 사이버서당 운영 이계황씨/ "東洋의 지혜, 사이버에서 논하죠"

입력
2005.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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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부지이불온(人不知而不 )이면 불역군자호(不亦君子乎)아? 사람들이 알아 주지 않아도 불평하지 않는다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 학(學)은 재기(在己)하고 지부지(知不知)는 재인(在人)이니 하온지유(何 之有)리오. 배우는 것은 자기한테 달려 있고 알아주고 알아주지 않고는 남한테 달렸으니 무엇을 불평할 것이 있겠어요. 아무 것도 없지요."

70세의 노 한학자 정태현(전 민족문화추진회 교수)씨가 형형한 눈빛으로 수강생들을 쏘아보며 논어 첫 편인 학이(學而)편 셋째 구절을 강의한다. 목소리도 전혀 나이답지 않게 카랑카랑하다. 그는 논어 원문은 물론이고 주자와 여러 학자들이 붙인 작은 주석조차 거의 책을 보지 않고 강의한다. 어려서부터 사서삼경을 주석까지 통째로 외는 전통 방식의 한학을 공부했기 때문이다.

요즘 대학 한문학과나 중문학과에서 이런 강의를 기대하는 것은 그야말로 나무에서 물고기를 찾는 격이다. 그래서 수강생들은 단순히 한문 문장의 뜻만을 분석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고전의 정신, 거기에 담긴 삶의 지혜까지를 통째로 빨아들인다.

이런 강의를 언제 어디서나 동영상으로 접할 수 있다는 것은 인터넷 시대의 축복이다. 이계황(67) 전통문화연구회 회장이 운영하는 ‘사이버 서당’(www.cybersodang.co.kr· 02-762-8401)은 그런 공부하는 즐거움을 준다.

이 회장이 사이버 서당을 시작한 것은 2000년 4월. 1988년부터 서울 종로구 낙원빌딩 4층 411호 전통문화연구회 23평 남짓한 사무실에서 사서삼경 등 동양고전 강의를 해 오다가 시간이 없거나 거리가 너무 멀어 오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인터넷에 눈을 돌렸다. 특히 최근에는 강의 과목을 한중문집선, 주역, 시경 등으로 다양화하고 오디오로만 하던 강의를 강의 현장 비디오까지 곁들여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사이버 서당 처음 시작할 때는 하루 평균 접속자 수가 100명 수준이었어요. 그런데 이제 2,000명을 넘어섰지요. 회원 수도 1,000명에서 2만5,000여 명으로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이 회장은 돈이 되는 일도 아닌데 신이 나서 자랑을 한다.

그가 한문 교육과 동양고전 번역에 손을 댄 것은 사실 우연이었다. 성균관대 법학과를 나와 미국 미시간대 국제관계론 대학원에서 입학허가서를 받았는데 유학비에 발목이 잡혔다. 돈이 없어 잠시 민족문화추진회에서 근무한 것이 평생의 과업이 됐다. 88년 한학자들과 사단법인 전통문화연구회를 만들어 지금의 활동을 시작했다.

특히 한국인의 심성의 중요한 모태를 이룬 사서삼경 등을 원문을 한 글자 한 글자 꼼꼼하게 대조해 가며 번역한 동양고전 역주 시리즈는 동양고전 번역의 전범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회장은 미래의 한국을 짊어질 젊은 독자들에게 꼭 전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영어 공부 투자하는 100분의 1만 들여도 한자를 쉽게 배울 수 있어요. 아주 쉬운 일입니다. 여름과 겨울방학 두 차례만 들이면 2,000자 금방 외웁니다. 옛 것을 알아야 새 것을 알 수 있고, 옛 것에서 전범을 얻어야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지요. 2000년이 넘은 우리 민족의 역사·문화 자료가 모두 한자로 돼 있습니다. 누가 이 방대한 역사를 읽을 수 있을까요? 국민들은 까막눈이고 단지 학자들만 봐서야 되겠습니까?"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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