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 HSBC의 인수로 굳혀지는 듯 했던 제일은행 매각작업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역시 영국계인 스탠다드차터드 은행이 예상 밖의 막판 대공세를 펼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 막판 공세 = 스탠다드차터드는 초기에 제일은행 인수에 별 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데다 HSBC보다 규모가 훨씬 작아 ‘들러리’수준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뜻밖에도 스탠다드차터드가 HSBC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예측불허의 혼전상황이 됐다. HSBC는 주당 1만3,000 ~1만5,000원선을, 스탠다드차터드는 주당 1만8,000원 안팎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건(제일은행)을 조금이라도 비싸게 팔려는 ‘뉴브리지캐피탈’(사모펀드)로서는 당연히 머뭇거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천문학적 공적자금이 투입된 제일은행의 ‘헐값매각’에 부담을 갖고 있는 정부측 역시 이런 점에서 스탠다드차터드에 호의적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스탠다드차터드가 제시한 가격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막판 대역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가격과 안전성 = 가격이외의 조건에서는 HSBC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스탠다드차터드가 자금 여력상 3조원을 훨씬 넘는 인수가를 감당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실제 스탠다드차터드는 인수가의 60% 정도를 자체 조달하고 나머지는 증자 또는 차입 등을 통해 조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뉴브리지 입장에서는 스탠다드차터드에게 매각할 경우 위험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반면 세계 2위의 금융그룹인 HSBC는 전액을 자체 조달할 만한 충분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제일은행 내부적으로도 국내에서 격화하고 있는 ‘은행대전’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네임밸류’가 앞서는 HSBC를 적격자로 보고 선호할 공산이 크다. 인수가격에 대한 절충만 잘 이뤄진다면 HSBC가 여러모로 유리한 입지에 서있는 셈이다.
◆ 다음주 결정 가능성 = 제일은행 인수전의 최종 승자는 이르면 다음주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 코헨 제일은행장은 신년사를 통해 "수주일 내에 대주주 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5일 범금융기관 신년모임에서는 빠르면 다음주 발표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도 "매각 일정이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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