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09차 의회가 다수당인 공화당과 소수당인 민주당의 한바탕 힘겨루기로 회기를 시작했다. 하원은 4일 개원 후 첫 표결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새로운 윤리 기준안을 220대 195 표로 통과시켰다. 윤리위에서 양당의 입장이 대립, 교착 상황에 놓일 때 이의 제기를 효과적으로 기각할 수 있도록 해 다수당에 유리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상원에서는 다수당 대표인 빌 프리스트 의원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요청한 연방법원 판사 20명에 대한 인준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필요하다면 의사 규정을 개정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번 회기에서 양당 간에 가장 치열한 싸움이 예상되는 법관 인준 문제에서 민주당이 계속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 전술을 구사할 경우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선전포고다.
개원 첫날 상ㅗ臼坪?이런 기류는 지난해 11월 선거로 달라진 양당의 위상을 반영하고 있다. 동시에 부시 대통령이 2기 국정의 핵심 의제로 추진하는 세제 개편과 사회보장제의 부분 민영화 등을 두고 양당간에 치열한 기세 싸움이 벌어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공화당은 지난 선거에서 상·하원 모두 의석 수를 불림으로써 108차 의회의 다수당 지위를 더욱 공고히 했다. 특히 51대 49로 팽팽했던 상원 의석 수는 55대 45차로 격차가 커졌다. 그러나 미국의 유권자들은 공화당에 일방적으로 의사 과정을 좌우할 ‘매직 파워’는 주지 않았다. 상원의 공화당 의석은 의사진행방해를 저지할 60석에는 모자라 민주당이 실력 행사로 나설 경우 효과적으로 막을 길이 없다. 108차 의회의 50대 50 정국 구도가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민주당측은 "이날 하원 표결이 공화당의 오만과 독선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향후 의사 진행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지난 선거 때 민주당 중도파 의원들의 대거 탈락과 공화당 중도파 의원들의 세대 교체로 타협을 이끌어 낼 중간 지대가 약해진 것도 109차 의회의 앞길을 어둡게 하고 있다. 양당의 대치 구도는 북한 핵 문제와 북한 인권 관련 법안 등 한반도 관련 법안에서도 일정한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
이날 개원과 함께 유일한 흑인 상원의원 배럭 오마바(민주·일리노이)와 108차 의회 민주당 대표인 톰 대슐 퇴출의 주역인 존 순(공화·사우스 다코타) 상원의원 등이 선서를 하고 의정 활동을 시작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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