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5일 이기준 교육부총리 기용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일단 "이 부총리 임명에 대한 재검토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공식 입장을 정리했다.
정찬용 인사수석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부총리 임명을 재고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 수석은 "인사검증 과정에서 이 부총리가 몇 가지 흠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총장 재직 때 서울대를 글로벌 스탠더드로 만들기 위해 개혁을 추진했던 것을 평가해 임명했다"고 설명했다. 정 수석은 다만 "도덕성 논란으로 이 부총리가 제대로 교육 업무를 추진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흠이 있어도 잘 할 수 있으니 좀 지켜보자"고 말했다.
김우식 비서실장의 이 부총리 천거설에 대한 해명도 잇따랐다. 이 부총리와 인연이 깊은 김 실장은 "천거설은 사실이 아니다"고 완강히 부인했다. 청와대측은 "김 실장이 인사추천회의를 주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부총리가 천거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청와대는 한 걸음 더 나가 김 비서실장 주재로 일일 현안점검회의를 갖고 ‘이 부총리 임명이 정실 인사’라고 보도한 경향신문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김 실장과 이 부총리는 공동 저서가 5권에 이르는 등 인간적 인연이 깊어 인사추천회의에서 김 실장이 이 부총리 카드를 적극적으로 지원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두 사람은 대학시절부터 가깝게 지내온 사이라고 지인들이 전했다.
이처럼 청와대는 대외적으로 강한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내심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교육단체와 시민단체들이 이 부총리의 퇴진운동을 벌일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관계자들은 "모처럼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가 이 부총리 파문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며 "여론이 계속 좋지 않으면 이 부총리의 조기 교체방안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사 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이 교육부총리 임명에 대해 "어떤 공직보다 도덕성이 강조되는 교육 부총리직에 도덕적 흠결을 가진 인물을 임명한 것은 부적절한 인사"라고 비판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 시민단체 "퇴진운동 불사"
이기준 신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5일 서울대 총장 재직시 드러난 도덕성 시비를 뒤로한 채 취임식을 갖고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날 시민사회단체들은 "도덕성에 큰 하자가 있는 인물이 교육수장을 맞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임명 취소를 거세게 요구하고 퇴진운동도 불사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확산될 조짐이다.
참여연대는 이날 서울 종로구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도덕적 자질이 충분치 않은 인물을 부총리에 임명한 것은 참여정부가 고위 공직자에게 들이대는 도덕성 잣대가 국민요구와는 동떨어져 있다는 증거"라며 "청와대는 즉각 교육부총리 임명을 철회하고 인사검증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라"고 요구했다.
문화연대와 전국교수노조도 "이 부총리는 총장 시절 대학 구성원들의 민주적참여를 거부하는 독재 전횡을 자행했고 기초학문의 중요성을 등한시해 기초학문분야의 위기와 이공계 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6일 오전 11시 청와대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 부총리의 임명 철회와 개혁적 인사로의 교체 등을 촉구할 계획이다.
네티즌들도 이 신임 부총리의 도덕성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으며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한 네티즌은 "교육부총리는 어느 자리보다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하는데, 총장 시절 기업체 사외이사를 맡거나 판공비를 정치권에 물쓰듯 사용한 인물은 곤란하다"고 꼬집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야후 코리아’가 이 신임 부총리 임명과 관련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부정적인 대답이 압도적이었다. 응답자 5,300여명 중 85%가 ‘도덕성을 고려하지 않은 부적절한 인사’라고 답했다.
이에 앞서 이 신임 부총리는 취임식에서 "지금까지의 교육정책을 안정적으로 구체화시켜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교육으로 거듭나는데 일조하겠다"고 밝혔을 뿐 도덕성 논란 부분에 대한 언급은 일체 없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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