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을 맞은 우리 문화는 지금 어디에 서 있으며, 또 어디로 가야 하나. 다양하고 풍성하고, 경쟁력 있는 문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분야별로 진단하고, 그 방향을 모색해 본다.
돌파구는 이제 하나뿐이다. 해외로 눈을 돌려라. 지난해 한국영화 수출은 전년 대비 무려 78%나 늘었다. 2003년 3,097만9,000달러(약 370억원)였던 것이 지난해 5,500만 달러(예상·약 660억원)로 급상승했다. 해외 총수출액이 ‘올드보이’ 400만 달러, ‘장화, 홍련’ 380만 달러, ‘인형사’ 280만 달러, ‘빈집’ 150만 달러나 됐고 이병헌 주연의 ‘달콤한 인생’은 340만 달러에 일본에 입도선매됐다.
그러나 속사정을 살펴보면 무작정 좋아할 일만도 아니다. 해외영화제에서의 잇단 수상으로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것이 사실이지만, 실제 해외에서 큰 돈을 지불하고 사 간 영화는 한류스타가 등장한 영화 또는 리메이크용 호러영화에 국한돼 있다. 국가별 수출액에서도 일본이 69%나 차지하는 편식현상을 보이?있다. 해외개봉 성적도 작품 완성도보다는 한류 스타의 등장 여부로 좌우된다. 일본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을 기록한 영화도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올드보이’가 아니라, 한류 스타 배용준이 나오는 ‘스캔들’이었다. 한류에 관계없이 해외에서 흥행한 작품은 77억원의 수익을 올린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과 유럽에서 상영중인 ‘올드보이’ 뿐이다.
우려의 목소리는 벌써부터 커지고 있다. 한류 특수를 이용해 한국영화가 반짝호황을 누리는 건 사실이지만, 그 효과는 3년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있다. 싸이더스 노종윤 이사는 "해외진출은 이제 막 기초공사 중인데 한류여파로 벌써부터 배우들 몸값만 올라가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몸값 상승은 제작비 상승을 부르고, 그 결과 좋은 영화 제작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라고 말한다.
한류 부작용으로 배우 인지도에 의존한 저질영화만 붕어빵 찍듯 찍어내, 홍콩영화의 몰락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고개를 들고 있다. 때문에 다양한 장르 개발과 아시아 공동제작 등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홍콩의 영화제작자 필립 리는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행하는 계간 ‘Korean Film Observatory’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은 일부 아시아 국가를 제외하고는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로맨틱 코미디와, 멜로드라마 외의 다양한 장르를 고민해야 한다. 불황을 맞기 전에 해외시장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영화 수출대행사 씨네클릭아시아 지상은 팀장은 "작년 해외수출은 배우 파워가 좌우했다. 그러나 올해는 유명 감독의 시놉시스를 살펴보고 사전투자하는 경우가 많아질 전망이다. 이미 김기덕 감독 차기작의 사전구입이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물론 한류를 이용한 경제적 이익은 극대화 해야 하겠지만 한류에 편승한 해외수출 증대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해외수출을 이야기할 때 동아시아, 유럽, 북미시장을 나누어 접근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한류는 현상일 뿐, 각 대륙별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른 수출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은 해외영화제의 교두보 차원에서 철저하게 예술영화 위주로 접근하고 북미는 아시아의 인력 자본 인프라를 바탕으로 진출, 안정적 배급망을 확보해 그 수익을 국내영화계로 다시 끌어와야 한다는 의견이다.
해외시장 진출은 모두가 공감하는 한국영화의 나아갈 길이다. 한국시장은 호·불황과 관계없이 근본적으로 시장 크기에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비용증가율이 수익증가율을 상회하는 터라 내수시장만 바라볼 수는 없다. 이제 ‘1,000만 관객 돌파’ 등 국내 결과에 기뻐할 때는 지났다. 수출이 증가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한국영화 전체 매출에서 비중은 20%로 미국의 50%, 홍콩의 30%보다 한참 낮다. 30, 40% 수준까지는 올라가야 국내 영화계도 안정적인 성장을 내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LJ필름 이승재 대표는 "해외시장 진출의 가장 큰 장애물은 인력과 자본이 섞일 수 있는 토대가 약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단지 돈을 떠 안기는 방식이 아니라, 금융인프라구축 등 실질적 지원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지금 시작해도 3년은 지나야 효과가 나타난다. 하루라도 빨리 서둘러야 한다"고 호소했다. (통계자료 IM픽쳐스 제공)
최지향기자 misty@hk.co.kr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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