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게 보낸 세월은 누가 보상해 줍니까."
청소년 성 매수자로 몰렸다가 2년여의 재판 끝에 무죄가 확정된 40대 가장에 대해 법원이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인정하면서도 국가의 배상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회사원 김모(49)씨는 2001년 7월 "조사할 게 있다"는 통보를 받고 검찰에 나갔다가 긴급체포 됐다. 혐의는 미성년자인 황모(당시 15세)양에게 돈을 주고 성 관계를 가졌다는 것. 황양의 휴대폰에 김씨 전화번호가 찍혀 있다는 것이 근거로 제시됐다. 김씨는 "그 전화번호는 아들이 사용하는 휴대폰 번호"라며 통화내역 조회를 요구했으나 묵살됐다.
그러나 재판에서 황양이 "김씨를 만난 적이 없다고 진술했는데 검찰 조사관이 때리고 욕을 하며 새벽까지 집에 보내 주지 않아 마지못해 시인했다"고 진술하고, 황양의 친구가 황양의 전화를 빌려 친구인 김씨 아들에게 전화한 사실이 밝혀져 김씨는 혐의를 벗을 수 있었다. 황양의 언니는 법정에서 "검찰이 동생을 다시 불러 ‘검찰진술과 법정진술이 다르면 김씨가 너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낼지 모른다’고 겁을 줬다"는 진술을 하기도 했다.
김씨는 이 일로 주위에서 눈총을 받자 20년간 다니던 직장에서 전근을 자청해 직원이 2명뿐인 지점으로 옮겼으며, 가족들의 고통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서울고법 민사23부(김경종 부장판사)는 5일 김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검찰이 면밀히 수사하지 않은 잘못은 있지만 수사기관의 위법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김씨는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말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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