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재앙은 예상 밖이며 불가항력적이다. 우리 고대 문헌에는 많은 지진 피해가 기록돼 있다. 이웃 일본과 중국에 비해 빈도와 규모가 작았을 뿐이었다. 한반도는 환태평양 지진대인 일본열도와 대륙지진대인 중국 사이에 있다. 지진대는 응력과 단층대를 따라 이동하므로 이러한 두 지진대 속에서 우리가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다. 고려·조선 때 중규모 이상의 지진을 종종 경험한 서울 수도권은 최근 200년 간 지진정지기에 있다.
그 동안 쌓여온 지진 에너지는 언젠가 약한 곳(단층)을 통해 방출될 수 있다. 더구나 서울 수도권에는 추가령 지구대와 단층대가 지난다. 결코 안전하지 않은 것이다. 2001년 인도 지진과 지난해 일본 니가타지진이 정지기 끝에 일어난 예다. 서울 수도권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암반 지반인 강북보다 충적토 지역인 강남이 더 위험할 것이다.
지진운동을 정확하게 관찰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지진운동은 순간적이나 3차원 운동 즉, 상하, 좌우, 및 회전운동이 동시에 이뤄져 피해가 크다. 이번 지진은 인도양 순다해구에서 인도·호주판이 유라시아판과 충돌하면서 인도·호주판은 동북방향으로 수직 하강하고, 버마판은 서북방향으로 치솟으며 일어났다. 엄청난 속도와 긴 파장을 지닌 이런 지진이 육지에서 일어난다면 일본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탄의 10만 배에 이르는 에너지를 방출, 모든 구조물을 파괴할 것이다. 바다 지진은 수직운동 때 더 위험하지만 육지에서는 수평운동의 지진이 더 큰 재난을 부른다. 76년 중국 탕산, 95년 고베와 같은 해 대만지진이 이런 것이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지진 재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구역별로 적절한 정밀지진위험도를 작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상세한 지질·지층구조, 지진활동의 크기 빈도수 및 활단층 등에 대한 기초자료와 확률론적인 지반 탁월주기(Predominant Period)의 결정이 필요하다. 대도시 재난방지는 지구과학, 공학, 사회, 경제, 방재기술 등이 망라된 미래지향적 복합연구과제다. 현재 세계의 거의 모든 대도시가 정밀지진위험도를 작성하고, 이에 의거해 내진설계를 적용하고 있다.
또 중요한 것은 조기경보시스템이다. 기상청,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이 국제수준의 장비를 동원한 지진 관측망을 운영하고 있으나 이 장비에서 뽑아낸 데이터를 분석할 고급 인력과 분석기술은 아직 미흡하다.
일본은 지진발생 후 10초 이내, 대만은 20~30초 이내에 진앙과 규모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지진조기경보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우리 동해안의 속초, 강릉, 울진 등은 일본 홋카이도 근해에서 발생하는 해일 피해를 종종 입는다. 이 경우 해일 도착까지 2시간 정도 걸리므로 경보 발령의 여유는 충분하다. 조기경보시스템 구축은 중앙 부서와 지방자치제의 협력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번 남아시아 재난은 신속 정확한 경보시스템의 중요성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끝으로 여러 곳에 분산된 소규모 지진연구 그룹을 통합, 국가 차원의 독립된 지진·해일 전담부서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선진국에서는 비밀 핵실험 탐지에 지진탐지기술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차제에 국가 국방전략적 측면에서라도 우리의 지진연구능력을 획기적으로 키울 필요가 있다.
김소구 한국지진연구소장 한양대 지구해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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