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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을유년 이 사람] (2) 정동영 통일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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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을유년 이 사람] (2) 정동영 통일부 장관

입력
2005.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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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자신의 정치적 명운을 을유년 한 해에 걸었다. 광복 60주년, 6·15 남북정상회담 5주년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올해,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진전시키고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해 한반도 평화구조를 정착시키겠다는 야심찬 구상을 갖고 있다. 목표가 거창하기 때문에 전당대회니 당권 경쟁이니 하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일단 초연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래서 정치현안을 물을라치면 "통일부에 있는 동안 정치인이라는 생각은 잊겠다"는 말로 선을 긋는다.

말만 그런 것이 아니다. 조직을 확대하고 주변에 사람들을 모으는 일을 가급적 자제하고 있다. 주변에서 "다른 대권주자 진영에 유능한 인재들이 모이고 있다"는 경고를 주지만, 그는 듣는 둥 마는 둥 한다. 일부 지인들이 정치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전했을 때도 "뜻만 고맙게 받겠다"고 답했다는 후문이다. 심지어 의원 시절 보좌관이고 현재도 조직책인 한 측근이 2월초 1년 일정으로 미국으로 연수를 가는데도 허락해주었다. 그 측근은 "연수 얘기를 꺼내면서 꾸지람을 들을까 걱정했는데 순순히 허락했다"고 말했다.

바둑으로 치면 발빠른 행마보다는 두텁게 두는 ‘이창호 스타일’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불과 9개월 전 4·15 총선을 진두 지휘하던 당 의장 정동영과는 사뭇 다르다. 마이크를 잡으면 좌중을 휘어잡는 능변가, 잘생긴 앵커 출신의 이미지는 앞으로 상당 기간 그와는 무관할 듯 싶다.

이런 그의 행보를 보는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의 시선도 우호적이다. 노 대통령은 이 달 말 세계 각국의 정·재계 인사들이 모이는 다보스 포럼에도 정 장관을 대통령 특사로 파견했다.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주미 대사 낙점도 정 장관에게 맡겼었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대통령 경선 때, 대선 때 정 장관이 헌신적으로 도운 데다 지난해 탄핵 국면과 4·15 총선에서 몸을 던진 점을 노 대통령은 잊지 않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그를 둘러싼 주변 여건은 좋은 편이다.

그러나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온 힘을 기울이고 있지만 북한이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막후 채널을 통한 남북간 대화는 충분히 이루어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마지막으로 ‘대화하자’고 지시만 하면 일사천리로 일이 풀리게 돼있다"고 전한다.

하지만 그런 기대가 현실화하기 전까지는 기대일 뿐이다. 마냥 이 상태가 계속되면 "실세 장관이 한 일이 무엇이냐"는 비판적 역풍이 나올 수도 있다.

그가 애써 외면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4월 전당대회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의도적으로 조직 가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영향력을 미치기가 쉽지 않고 그렇다고 방치할 수만도 없다.

전당대회에서 지도부가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내년의 지방선거 공천, 향후 대권구도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대 값은 크지만 당장 손에 쥔 것은 없는 유동적 상황 속에서 결정적 패를 기다리는 승부사가 지금의 정 장관이라 할 수 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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