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시아 지진해일 참사 직후 서방세계는 갑자기 ‘구두쇠(Stingy)’ 논란에 휩싸였다. 얀 에겔란트(사진) 유엔 사무차장이 서방국가들을 향해 "너무 인색하다"며 인도적 지원을 촉구하면서 확산된 논란이다. 그는 "우리들이 덜 부유할 때는 지금보다 관대했다"며 "왜 이리 인색해졌는지 모르겠다"며 미국을 겨냥, 일침을 가했다.
그는 미국이 발끈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자 "발언이 와전됐다"며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하지만 "가난한 이들을 위해 능력있는 사람들에게 기부를 요청하는 것이 직업"이라며 원칙에 강한 면모를 과시했다.
‘문제 발언’의 주인공 에겔란트가 현재 맡고 있는 직책은 유엔긴급구호국(OCHA) 조정관이다. 그의 ‘독려’로 지구촌 사회에서는 원조의 봇물이 터졌고, 구호금은 무려 20억달러를 기록했다.
그가 주목받는 다른 이유는 미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지원 속에 구호활동을 사실상 총지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CNN 등 세계 주요 언론들은 연일 그의 입을 빌려 지진해일의 참상과 구조활동을 전하고 있다. 이 같은 활약은 미국의 흔들기로 다소 맥이 빠졌던 유엔에 힘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평이다.
그는 25년 동안 인권·구호 활동가로 일해왔다. 노르웨이 출신인 그는 미 버클리 대학, 방송국 기자를 거쳐 외교관, 엠네스티, 적십자, 적신월사(Red Crescent) 등에서 일했다. 1990년부터 8년간 노르웨이 외무부에서 일하며 세계에 2,000여명의 전문가, 구호팀을 파견하는 ‘노르웨이 긴급대처 시스템’을 만들었다. 9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오슬로 평화회의, 96년 과테말라와 반군간의 오슬로 정전협정, 97년 대인지뢰금지에 대한 오타와 협약 등에서 막후 활동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 룡천역 폭발사고 당시 구호활동과, 지난해 10월 북 우간다의 사상 최대 인권유린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한 이도 그다.
노르웨이 적십자 사무총장을 역임한 그는 2003년 8월 일본인 오시마 겐조(大島賢三)를 이어 OCHA 조정관에 임명됐다. 세계 재해와 구호활동을 주관하는 OCHA는 북한 팔레스타인 등 세계 30여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