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시아 지진해일 피해를 계기로 정부의 해외 원조·구호활동에 대한 적극적인 인식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5만명 이상의 생명을 앗아간 이번 참사를 맞아 각국이 경쟁적으로 구호에 나서자 우리정부도 뒤늦게 5,000만달러 안팎을 지원키로 했다. 하지만 속 사정을 들여다보면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게 현실이다. 정부 당국자는 3일 "우리는 일본지원액의 10%정도면 적절하다는 내부 판단에 따라 일본(5억달러)의 10%를 책정했다"고 말했다.
5,000만달러는 어려운 국내 사정에 부담이 되는 거금이지만 이번 재해의 피해 규모, 이라크 재건에 2억 달러 이상을 지원한 전례, 3년간 순차적으로 지원한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적절한 규모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해외원조예산 중 긴급 재해구호비 110만달러에 견주어보면 엄청난 액수여서 정부가 국가적 위신 때문에 외국과 무리하게 보조를 맞춘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지진해일 피해 발생 직후인 지난달 28일 정부가 처음 60만달러의 지원의사를 밝힌 뒤 국민들이 "겨우 그거냐"고 비난하자 외교부 실무자들은 허탈한 표정이었다. 한 직원은 "외교부로서는 남은 예산을 모두 털어 생색을 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국민총생산(GDP)을 기준으로 경제규모 세계 11위인 한국은 지금까지 연 100만달러 안팎으로 태풍 지진 등을 당한 20여개국에 각각 5만 달러(5,500만원) 안팎을 지원해왔다. 1997년 터키 지진 당시 겨우 7만 달러를 지원해 국제적 망신을 샀지만 그때뿐이었고, 재해구호예산은 늘지 않았다.
원조의 일부인 긴급 재해구호비가 이런 실정인데 정부의 원조 전반의 사정도 나을 리 없다. 200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원조를 제일 적게 하는 나라이다. 우리나라는 연간 3억3,400만 달러를 저개발국가에 지원했는데 이는 국민총소득(GNI) 대비 0.06%로 OECD 평균의 0.25%의 겨우 4분의 1수준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우 가난한 이웃 국가들을 위해 국민 1인당 6달러를 지출하지만 우리와 소득규모가 비슷한 호주는 50달러를, 스페인은 42달러를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외교통상부 조현 국제경제국장은 "국력 수준에 걸맞게 원조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수차례 있었지만 예산 편성 과정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못해왔다"며 "이제 우리 주변에 공존해야 할 이웃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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