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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7호선 방화… 대응 문제점/ 화재사실조차 몰라 초기진화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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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7호선 방화… 대응 문제점/ 화재사실조차 몰라 초기진화 실패

입력
2005.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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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발생한 지하철 7호선 방화사건은 허술한 초기 대응과 화재에 무방비로 노출된 구형 객차로 인해 자칫 대형 참사를 부를 뻔했다. 건설교통부와 서울도시철도공사 등 관계 당국은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사건 이후 떠들썩하게 후속 대책 등을 발표했지만 이번 사건으로 지지부진한 사후조치와 안일한 화재 대처자세 등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번 사건에서는 열차 기관사와 역무원, 도시철도공사 사령실간의 신속한 교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열차가 불길에 휩싸인 채 연기를 뿜어내면서 철산역에 들어섰지만 역무원들은 불이 ?객차의 승객들이 뛰어나오면서 "불이야"라고 소리친 뒤에야 화재 사실을 알았다. 미리 폐쇄회로(CC)TV를 제대로 관찰하고 있었다면 기관사에게 즉시 연락을 취해 모든 승객을 하차시킨 뒤 진화작업에 나설 수 있었지만 뒤늦게 화재사실을 인지해 열차 출발을 막지 못하는 바람에 초기 진화에 실패했다. 기관사는 객차 8량 가운데 7번째 객차에서 불이 난데다 곡선형 구간이라 이를 보지 못한 채 출발했으며 철산역 역무원들은 열차 출발 이후에야 기관사에게 화재소식을 알렸다.

화재 소식을 듣고 열차를 기다리던 광명사거리역에서의 대응도 곳곳에서 허점이 노출됐다. 승강장에서 구내 방송을 제대로 하지 않아 많은 시민들은 열차가 유독성 가스를 내뿜으며 구내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난 뒤에야 허둥지둥 역 밖으로 빠져나갔다. 역에서 기다리던 역무원들은 소화기 3개로 10여분만에 불을 끈 뒤 온수역까지 무정차로 열차를 달리게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불씨가 살아나 열차는 다시 ‘불덩어리 열차’로 바뀌었다. 만일 화재가 번져 열차가 중간에 섰다면 전기선로와 연결된 각종 내부시설이 완전히 불에 타면서 객차가 전소할 수도 있었다. 화재가 난 열차가 달리는 와중에 승객들은 내부 인터폰 등을 통해 기관사와의 긴급연락을 취하려 했지만 이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는 대구지하철 방화사건 이후 열차 내장재를 불에 타지 않는 재료로 교체하겠다고 떠들썩하게 발표했지만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열차는 내부가 가연성 소재인 구형 객차여서 피해가 커졌다. 또 신형 객차에 설치된 화재감지장치도 없어 제대로 화재 사실을 알지 못했다.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 단서부족 범인 추적 난항/ 사회불만 범죄일 가능성

경기 광명경찰서는 용의자인 노숙자 A(48)씨를 임의 동행해 추궁하고 있지만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은 A씨 이외에도 정신병력자나 사회에 불만을 품은 사람이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죄일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대구 지하철 방화범이었던 김대한(당시 56세)씨의 경우 우울증과 뇌졸중 후유증을 앓던 환자였으며 자신의 처지를 극도로 비관한 인물이었다. 경찰은 이에 따라 광명시 일대를 중심으로 과거 우발적인 방화를 저지른 전과자나 노숙자 등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또 강력반 4개반 형사 20여명을 투입해 범인이 하차했을 가능성이 있는 철산역과 광명역 주변에서 탐문 수사를 하는 한편 역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분석 중이다. 그러나 CCTV 상태가 좋지 않아 범인 식별이 거의 불가능한 데다 범인이 어느 역에서 탔는지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어 수사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사건의 특성상 현장에서 잡히지 않으면 범인을 추적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현장 부근에서 범인을 본 목격자들의 제보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목격자에 따르면 범인은 173㎝ 정도 키에 검정색 바지와 등산복 상의를 입고 있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 현장목격 윤순자씨/ "신문지에 뭔가 뿌리더니 펑소리 함께 불길치솟아"

방화로 불이 난 서울 지하철 7호선 온수행 전동차 7호 객차에 탑승했던 윤순자(65·사진)씨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살아난 것이 다행이라는 듯 가슴을 쓸어내렸다.

경기 부천에 있는 집에 가기 위해 3일 지하철에 탄 윤씨는 오전 7시10분께 열차가 가리봉역을 떠나 철산역으로 향할 때 50대로 보이는 한 남자가 자신의 맞은편 노약자석에 앉는 것을 봤다. 내용물이 가득한 검정색 등산용 배낭과 노란 비닐봉지를 들고 앉은 이 남자는 신문지 등을 옆 자리에 놓더니 성분을 알 수 없는 액체를 그 위에 뿌렸다.

윤씨가 ‘신문지 위에 왜 물을 뿌리나. 이상한 사람이네’하고 생각하는 순간 ‘펑’ 소리와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불 붙은 종이 조각 등이 튀면서 자신의 옷과 손으로 불길이 번지자 윤씨는 깜짝 놀라 6호 객차 방향으로 뛰었고, 7호 객차에 타고 있던 다른 10여명도 함께 도망쳤다. 윤씨와 승객들이 객차 2칸 정도를 지났을 때 지하철이 철산역에 도착했고 전동차 출입문 이곳저곳에서 승객들이 빠져 나왔다.

윤씨는 지상을 향해 마구 달아났고 다른 사람들도 소리를 지르며 무조건 달렸다. 윤씨는 "불을 낸 사람이 언제 어디서 내렸는지, 안내방송이 있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대피했는지 자세한 상황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윤정기자 yjcho@hk.co.kr

■ "대구 악몽… 또 한번 몸서리"/ 시민들 "내장재 바꾼다더니…" 비난 봇물

"2년 전 대구 지하철 참사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 끔찍합니다."

3일 방화 사건이 발생한 지하철에 탑승했던 승객들과 이 보도를 접한 일반 시민들은 새해 벽두부터 들려 온 아찔한 사고 소식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특히 큰 아픔을 겪었던 대구 시민들은 사고 소식에 다시 한 번 몸서리를 쳤다.

대구 시민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네이버ID· incense0124)은 "2003년 2월의 참사 모습을 다시 보는 것 같아 끔찍하다. 대구 중앙로역 바닥에는 아직 약간의 그을음이 남아 있는데…"라며 사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날 화재가 발생한 인근 역에 있었던 한 시민은 "갑자기 경보음이 울려 뛰느라 정신이 없었다. 엄마 손을 놓칠까 봐 얼마나 무서웠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7호선을 타고 출퇴근한다는 네티즌(hoya0409)은 "반대편 열차에?불이 났다면 정말 대형 사고가 날 뻔했다"며 "그것도 거의 마지막 역이라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서울도시철도공사측에 대한 질타도 잇따랐다. 회사원 이헌(32)씨는 "지하철 내장재를 불에 타지 않는 것으로 바꾼다고 했던 게 언젠데 아직도 불 붙인 신문지 한 장에 열차 3량이 전소될 수 있느냐"며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희생돼야 정신을 차릴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고 당시 온수역에서 열차를 기다렸다는 김모(40)씨는 "승강장으로 연기가 들어오고 있는데도 안내방송에서는 곧 화재가 진압될 테니 기다리라고만 했다"며 도시철도공사측의 미숙한 대응을 비난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 "불연차량 교체 앞당겨라"

이명박 서울시장은 3일 낮 지하철 7호선 방화사건 현장을 점검한 뒤 서울도시철도공사에서 지하철 화재 예방 비상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지하철 객차의 불연차량 교체계획을 최대한 앞당기라고 지시했다. 서울시는 그 동안 지하철 운행 스케줄에 지장을 초래할 것을 우려해 불연차량 교체 시기를 늦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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