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을 무시하지 마세요. 앞으로 또 한차례 어마어마한 지진해일(쓰나미)이 닥칠 겁니다."
남아시아의 재난을 예측했다는 미국의 아마추어 지진연구가가 또다시 유사한 지진해일을 경고하고 나서 해외 언론으로부터도 섬뜩한 주목을 받고 있다. 미 서부 오리곤주 매닝에서 ‘테라 리서치 앤 컨설팅 서비스(www.terraresearch.net)’를 운영하는 컴퓨터 컨설턴트이자 지진연구가인 래리 파크(46)씨는 매일 아침 눈 뜨자마자 태평양 연안으로 차를 몰고 나간다. 차량에는 자신이 만든 복잡한 지진 관측장비가 탑재돼 있다. 자세한 원리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인공위성을 이용, 지표면을 관찰하는 장비란다.
파크씨는 지난해 3월 마크 맥널티라는 영화제작자에게 이번 지진 정보를 전했고, 맥널티씨가 인도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등 9개국 정부에 알렸다. 파크씨는 지난 주에도 이 장비로 뽑아낸 데이터를 분석, 인도 동부해안에 또 다른 지진해일 징후가 나타났다고 경고했다. 놀란 인도 내무부는 지난달 30일 해안 주민 수만 명을 고지대로 긴급 대피시켰으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화가 난 카필 시발 인도 과학기술부 장관은 TV 에서 "지질학자도 아닌 자에게서 나온 실망스러운 정보"라고 비난을 퍼부었고, 미국 과학자들도 "파크씨의 주장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냉소를 보냈다.
그러나 이미 그의 ‘예언’이 현실화한 것을 본 맥널티씨는 "최근의 경보는 주미 인도, 인도네시아, 호주 대사관에 전화와 이메일로 보냈다"며 "그의 주장이 근거 없다면 왜 많은 주민들이 대피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어쨌든 아마추어 연구가로서 여러 나라 정부를 움직인 것만으로도 그는 유명인사가 됐다. 예측이 빗나갔어도 파크씨는 전혀 기 죽지 않는다. "예측은 곧 현실화합니다. 거칠지만 그냥 지나치기엔 엄청나게 중요한 정보였습니다. 이번 참사 22시간 31분전에도 예후를 포착했습니다."
그는 하이테크놀로지 회사에서 23년간 연구개발 업무를 담당하다 최근 독립, 인텔과 IBM 등의 시스템 디자인분야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그러면서 10년 전부터 지진 연구에도 몰두해 왔다. 이와 관련, 4개의 특허권을 보유하고 5번째 특허를 신청한 것을 보면 확실히 감(感)에 의존하는 엉터리 예언자는 아니다. 그는 얼마 전 ‘지구의 금지된 비밀’이란 저서에서 지표면의 특정진동주파수 분석과 지진 발생작용에 대한 새 이론을 폈지만 기존 과학계의 동의를 받지는 못했다.
"학자들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그들은 내가 독창적인 장비를 제공하고 이론을 설명하려 해도 처음부터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내 얘기를 주목하지 않아서 마음이 아프지요. 하지만 더 안타까운 것은 재난에 희생될 무고한 인명입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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