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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당론 고정관념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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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당론 고정관념 버려라

입력
2005.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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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3김이었다면 대체입법으로 국가보안법 문제를 풀고 의원들을 설득했을거야." "원내대표가 서명한 합의서도 초선들이 뒤집으니 갈피를 잡을 수가 없어."

여야가 4대 법안 처리를 놓고 극단적인 대립과 소모적 힘겨루기를 하는 것을 보면서 정치권의 온건한 의원들 사이에서는 한숨 섞인 얘기들이 오갔다. 이런 한숨은 천정배 원내대표가 사퇴한데 이어 이부영 의장까지 3일 사퇴, 불과 1년 사이에 세 명의 당 의장이 물러나자 "여당의 리더십이 이렇게 흔들리는 것은 국정 안정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걱정으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당론을 통과시키지 못한 것이 리더십의 부족 때문 만일까. 보다 냉정히 말하면 우리 정치가 아직도 당론이 지상과제처럼 인식되는 과도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총재가 공천권을 쥐고 돈을 주무르는 ‘보스 정치’ 구조에서는 당론을 모으기가 쉽다. 하지만 지금은 당 지도부가 "의원직을 오래 유지하려면 당론에 따르라"고 압박하더라도 제대로 먹히지 않게 돼있다. 게다가 이념과 관련된 민감한 현안에서는 의원들이 소신을 바꾸기도 어렵다. 무엇이 옳은지에 대해서도 보는 시각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당론을 꼭 정해야 한다. 당론을 모으지 못하면 당이 깨진다"는 고정 관념을 버려야 할 것이다. 정치학자들은 그 대신에 "의원들이 소신에 따라 자유투표를 하는 크로스 보팅(cross voting)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권하고 있다. 당론을 수렴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되 그래도 당론을 모으기 어려운 사안에 대해서는 크로스 보팅을 도입하는 방법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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