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무식이 거행된 3일 열린우리당은 온종일 어수선했다. 1일 새벽 천정배 전 원내대표에 이어 이날 이부영 의장과 이미경 김혁규 한명숙 상임중앙위원이 동반사퇴함으로써 지도부 전원이 중도 하차했기때문이다.
이날 오전 상임중앙위 회의에서는 사퇴결심을 굳힌 이 의장 등은 물론 임채정 기획자문위원장, 최규성 사무처장, 문희상 의원 등 참석자들 모두 입을 굳게 다문 채 말이 없었다.
어렵사리 말문을 연 이 의장의 일성은 ‘대화와 타협의 정치’였다. 그는 "올해의 국정기조는 민생경제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루는 것"이라고 운을 뗀 뒤 "여야 내부의 과격노선과 과감한 투쟁을 벌이는 것도 불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확고한 신념’, ‘피를 토하는 심정’ 같은 표현을 통해 소수 강경파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그는 이어 열린 시무식에서도 "전략·전술적 관점보다 과격한 상업주의에 집착하는 관성을 벗어나야 한다"며 당내 강경파를 비판했다.
지도부 공백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 의장이 사퇴를 결심한 결정적 계기는 천 전 원내대표의 갑작스러운 사퇴였다는 게 당 안팎의 중론이다. 한 당직자는 "천 전 원내대표가 아무런 상의도 없이 사퇴함으로써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그가 사퇴의사를 처음 밝힌 것은 4인 대표회담 결렬 뒤 4대 입법에 대한 단독 강행처리 여론이 상당했던 지난달 30일 오전으로 전해진다. 특히 막후 채널을 통해 마련한 국보법 대체입법안이 천 전 원내대표의 비협조로 무산된 31일에는 기자회견까지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부터 중진들은 물론 당권파와, 친노직계 의원 등 일부 강경파를 제외한 대다수가 이 의장을 유임시키기 위해 힘을 모았지만 사퇴의사를 되돌리지는 못했다. 2일 오전까지만 해도 유임에 대한 기대를 내비치던 측근들도 오후 들어서는 "의장의 뜻이 완강하다"고 전했다. 결국 이 의장은 이날 저녁 상임중앙위원들과 여의도 모처에서 만나 사퇴결심을 최종 통보했고, 같은 시각 인사동에 모여있던 중진들은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3일 상임중앙위 시작 직전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도 전화를 걸어 사퇴를 만류했지만 이 의장의 뜻을 꺾지는 못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 도중 일부 중진들이 흥분하면서 탁자를 치는 소리가 문밖으로까지 새어 나올 정도로 분위기는 어두웠다. 시무식에서 당내 강경파를 향해 쓴 소리를 내뱉는 이 의장에게 30대 후반의 한 평당원이 "더러운 입 다물라"고 소리친 장면은 우리당의 복잡한 당내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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