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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 문화기획] (2) 한국인 무슨 책 읽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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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 문화기획] (2) 한국인 무슨 책 읽나

입력
2005.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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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령별 선호도 조사

◆ 10대 =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댄 브라운의 ‘다 빈치 코드’ 등 인기 외국작가의 소설을 많이 읽는 가운데 2003년 베스트셀러였던 ‘나무’‘냉정과 열정사이’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0위권에서 외국소설이 절반을 차지할 만큼 소설 편중현상이 두드러졌다.‘아침형 인간’‘메모의 기술’ 같은 자기계발의 노하우를 전하는 경제경영서도 즐겨 읽고 있는 책들이다. 이들의 최근 책읽기 경향은 기성세대와 별반 차이가 없다. 때문에 특유의 톡톡 튀는 생기발랄함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이 가장 안타까운 점이다. 2003년에는 MBC TV ‘!느낌표’의 덕택으로 ‘야생초 편지’‘삼국유사’‘톨스토이 단편선’ 등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고 인터넷 문화를 반영한 ‘파페포포 메모리즈’와 귀여니의 인터넷소설들을 베스트셀러에 올림으로써 10대들이 독서문화에 젊은 피를 수혈했으나, 이와 매우 대조적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 EBS 강의내용을 반영키로 하면서 벌어진 기현상도 특기할 만하다. 인터넷서점 예스24와 알라딘에서는 EBS 수능강의 교재가 상위를 독점하다시피 했다.

◆ 20대 = 한국일보가 실시한 전화여론조사에서 20대는 ‘다 빈치 코드’‘연금술사’‘나무’ 등 베스트셀러 소설과 더불어 ‘등대지기’‘국화꽃 향기’같은 대중소설, 그리고 단편 에세이를 모은 월간지 ‘좋은 생각’처럼 가벼운 읽을 거리를 기억에 남는 책으로 꼽았다. 독서문화에서 유행을 주도하는 20대는 대학생 집단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세대에 비해 다양한 책 읽기의 여지가 많아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20대를 인문사회서를 읽으며 폭 넓게 교양을 넓혀야 할 중요한 시기로 생각하지만, 인문사회과학서를 읽는 비율은 고작 6.4%에 불과하다. 국내 유수의 한 대학도서관이 지난해 대출순위를 집계한 결과,‘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이 2위였다는 사실도 이를 방증한다.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순위에 따르면 시 인문 정치사회 과학 등 분야의 진지하고 심도 있는 교양서적보다 부담없는 읽을거리와 취업 같은 눈앞의 목표달성에 도움이 될 실용서 위주로 고르고 있다. 청년취업이 어려운 현실 탓에 대학생들이 토익대비 영어공부에 열을 올릴 수 밖에 없는 현실도 여실히 드러난다. 대학생의 경우 ‘토마토: 토익점수 마구 올려주는 토익’의 리딩편과 리스닝편, ‘이익훈 EYE OF THE TOEIC’이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올랐다.

한편으로는 대중문화와 시너지효과도 눈에 띈다. MBC FM라디오 ‘이소라의 음악도시’에 소개된 사연들로 엮은 ‘그 남자 그 여자’와 영화로도 만들어진 일본소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는 특히 20대가 즐겨 읽은 책들이다.

◆ 30대 = 경제활동의 중심축이자 부모세대인 30, 40대 독서경향은 ‘실용’이라는 코드로 집약되고 있다. 불황이 깊어지고 사회활동의 입지도 불안정해지고 있기 때문인지 자기계발서를 탐독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베스트셀러 10위권 안에 ‘설득의 심리학’‘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아침형 인간’‘메모의 기술’‘나를 변화시키는 좋은 습관’‘10년 후 한국’ 등 경제경영 분야서적이 6권이나 올랐다. 경제·경영 처세서나 건강·요리 등 실용서를 읽는 비율은 30대가 21.2%로 모든 연령층에서 가장 높고, 40대가 18.6%로 그 다음이다.

이에 비해 인문사회과학서를 찾아 읽는 비율은 각각 6.4%, 4.3%에 불과해, 인문학서적의 주요한 소비층으로 거론되는 ‘386세대’의 독서취향도 예전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연령대가 즐겨 읽는 실용서의 하나는 자녀교육 서적이다. ‘공부습관 열 살 전에 끝내라’‘평생 성적 초등 4학년에 결정된다’‘공부9단 오기9단’ 등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한 학습 노하우를 담은 교육관련서들도 30, 40대들이 많이 보고 있다. ‘칼의 노래’는 30, 40대 남성들이 주목한 소설이다. 신뢰할만한 리더십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지난 한해 내내 계속된 이순신 재조명 붐이 결합하면서 관심을 모았다. 끝까지 읽기에 무한한 인내를 요구하는 웅장한 대하소설 중에서도 ‘삼국지’와 ‘토지’가 인상 깊게 읽은 책으로 꼽히고 있다.

◆ 50대 이상 =‘성서’와 달라이 라마의 용서에 대한 철학을 담고 있는‘용서’등 종교서를 기억에 남는 책으로 꼽고 있다. 짤막하지만 잠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좋은 생각’도 역시 애독하고 있다.

50대 이후로는 은퇴 이후 노년을 대비해야 하는 생애단계적 특성 때문에 종교적이고 사색적인 책들을 즐겨 찾고 있다. 법정 스님의 ‘홀로 사는 즐거움’도 50, 60대가 즐겨 찾는 베스트셀러다. 지난해 종교서적을 읽었다는 사람이 20.2%에 이르러 다른 연령층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많다. 특히 60대 이상에서는 베스트셀러 경향과 무관하게 독자적 시각을 갖고 다양한 관심사를 꿰뚫는데 ‘하나님은 하나님이신 것을’(고한영), ‘행복하게 미소짓는 법’(성전 스님) 등 종교서가 많이 읽혀지고 있다. 국운예언서 ‘송하비결’도 많이 읽고 기억에 남는 책으로 꼽는다.

50대까지는 경제경영서도 꽤 읽고 있는 편. 은퇴 이후를 준비하기 위한 재테크를 염두에 두고 있어서인지 자기계발이나 처세 관련된 책보다는‘집 없어도 땅은 사라’ 등의 부동산관련서를 즐겨 보고 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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