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일단 3일부터 시행은 불가능하겠군요. 자세한 내용은 행정자치부에 확인해 보시죠."
지난해 부동산 세제개편을 주도한 재정경제부 실무 책임자가 2일 ‘거래세가 언제부터 내리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당황하며 한 말이다. 제도와 법안을 만든 실무자가 대답을 못하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은 국회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보유세를 인상하는 대신 올해 1월1일부터 거래세(등록세)를 내린다고 발표했다. 당장 돈이 급해 집을 팔려고 했던 사람들도 그래서 한 두달만 버텨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약속을 믿었던 국민들만 손해를 보게 됐다. 국회의원들이 새해가 오기 직전까지 법안을 붙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법이 집행되려면 시행령이 만들어지고 관보를 통해 공포돼야 하기 때문에 5일 이전에는 물리적으로 시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당장 3, 4일 발생한 부동산 거래에 대해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총선으로 출범한 17대 국회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컸다. 299명의 국회의원 중 188명이 구태 정치에 물들지 않은 신인이었기 때문이었다. 공허한 명분보다는 실질을 추구하는 진정한 선량의 모습을 기대했다. 그러나 지난해 국회 막판까지 보여준 그들의 모습은 실망 그 자체이다. 경기가 위축돼 서민들의 고통은 가중되는데도 국회는 허망한 명분찾기에 급급했다.
맹자도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예의범절은 허망한 것’이라고 말했다. 갑신년을 보내고 을유년을 맞은 의원들은 ‘그 어떤 명분보다 민생이 우선’이라는 사실을 가슴깊이 깨달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김신영 경제과학부 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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