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시아 지진해일로 인한 피해규모가 급증하면서 각국이 내놓는 원조규모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강대국 사이에선 ‘원조 경쟁’양상마저 연출되는 형국이다. 남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다지는 발판으로 삼겠다는 복안이 엿보이고 있다. 2일 현재 지원국은 50개국을 넘어섰고 지원규모도 20억달러를 훌쩍 넘어선 사상 최대이다.
미국은 사고 발생 당일인 지난달 26일 저녁 1,500만달러를 제공하기로 한 뒤 28일 2,000만달러를 추가했다. 그럼에도 이라크 전비 등에 비춰 인색하다는 논란이 계속되자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31일 갑작스럽게 성명을 내고 3억5,000만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단숨에 지원액을 10배로 늘려 논란을 차단하는 충격요법을 쓴 것.
이번에는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1일 밤 남아시아 지진해일사태에 대한 논평을 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를 통해 당초 3,000만달러로 마무리할 것으로 관측되던 지원규모를 일거에 5억달러로 올렸다. 고이즈미 총리는 "5억달러의 예산을 국제기구나 피해국에 무상지원하는 것 외에 지식과 인적 공헌 면에서도 최대한의 원조를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대외 원조에는 다소 소원했던 중국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도"우리는 비록 개발도상국이지만 이제 그 동안 받았던 도움을 갚고자 한다"면서 당초 260만달러에서 5억 위안(6,042만달러)으로 20배 이상 지원액을 늘렸다. 여기에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 등은 "장기적 지원이 더욱 중요하다"면서 피해국에 대한 채무탕감을 제안했다.
지원의 주도권을 둘러싼 다툼도 표면화했다. 부시 미 대통령이 29일 일본 호주 인도를 중심으로 한 국제연대체 구성을 제의하자 프랑스 등 유럽연합(EU)은 미국이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든다고 발끈하고 있다. 이라크 전쟁 등에서 미국과 동조해온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이번이야말로 유엔 중심의 재해복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는가 하면, 실비오 베를 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구호활동 조정을 위한 서방선진8개국(G8) 특별회담 개최를 촉구했다. 여기에 프랑스와 미국의 당국자들은 상호 지원규모가 작지 않느냐며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교통과 통신시설이 부족해 구호품이 전달될 때까진 수일에서 길게는 수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8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진 반다 아체 등은 이미 구호품 수용한계에 이르렀고 인근 공항들은 비행기들을 돌려 보내는 실정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진해일 발생 7일째에 접어들면서 세계보건기구(WHO) 등 현지 보건관계자들이 11개 피해국가에 질병으로 인한 ‘제2의 죽음의 파도’를 우려하고 있다고 CNN이 이날 보도했다. 데이비드 나바로 WHO 위기대응국장은 "인도, 스리랑카에서 설사병 보고가 늘고 있다"면서 "전염병의 징후가 나타났다"고 전했다. WHO의 인도네시아 주재 대표인 조지 피터센도 "아직 구체적 보고는 없지만, 이재민들이 물 부족에 시달리면서 전염병 발생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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