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지난달 31일 가까스로 신문법안(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 통과에 성공했지만, 이제부터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가장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은 도입 이전부터 쟁점이었고, 새 법에서도 상징적인 의미가 가장 큰 지배적 사업자 선정문제다.
새 신문법은 ‘일간신문 및 특수일간신문(무료로 발행되는 일간신문 제외) 중 1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전국 발행부수의 30% 이상이거나 3개 이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전국 발행부수의 60% 이상인 경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의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하도록’ 했다. 공정거래법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정하는 기준이 ‘1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3개 이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75%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새 법은 신문산업의 특수성을 십분 감안했다는 점에서 진보한 것으로 평가할만하다. 또 그동안 신문시장 규제가 구독료 담합이나 광고 단가 일원화, 무가지 배포, 경품제공 등 광고·판매 등의 영업행태에 한정했다는데 비춰봐도 의미가 크다.
문제는 법의 실효성이다. 새 신문법안은 발의될 때 몇몇 신문의 시장장악을 막고 신문의 다양성을 보존하는 것을 큰 뜻으로 삼았다. 하지만 해당 시장의 범위가 중앙종합일간지(10개)가 아니라 지방지, 스포츠지, 경제지, 전문일간지 등을 포함한 거의 대부분의 일간신문으로 확대돼 당장 ‘사정권’에 들 신문은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문화관광부는 이미 지난해 말 기준으로 매출액 파악이 가능한 36개 일간신문 중 상위 3사의 시장점유율은 44.17%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신용언 문화관광부 문화미디어국장은 "새 법에 해당하는 일간지는 130개(영자지는 제외됨)"라며 "당장 특정 신문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목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신문이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여권 일부는 광고주협회의 조사(1만 가구) 결과, 조선 중앙 동아일보의 가구구독률이 70%대에 이르렀다는 것을 근거로 3개 신문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해당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점유율을 따지는 기준을 매출이나 유가부수가 아니라, 무가지를 포함한 순수 발행부수로 잡은 것도 신문업계를 적잖이 고민에 빠뜨리는 부분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주요 신문들이 판촉을 위해 대량으로 무가지를 찍어 배포하는 폐단을 막을 수는 있지만, 해당 일간지 전체가 발행부수공사기구(ABC)에 등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ABC 부수 신고의 정확성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가뜩이나 경영난에 허덕이는 중소형 신문사들은 ‘영업비밀’ 공개라는 중대한 결단을 내려야 할 판이다. 그래서 일찌감치 "정부가 아무리 기금을 지원하더라도 경영정보 공개 이후 광고중단 등으로 발행부수가 적은 신문은 사라질 수 있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국내신문 중 ABC 등록 신문은 조선, 중앙, 동아, 매일경제신문에 불과하다.
한편 신문법안의 통과로 신문발전기금을 운용할 신문발전위원회가 문화관광부나 한국언론재단에서 한발짝 떨어져 설치됨으로써 정부의 언론 장악 논란은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신문발전위원회는 자체 사무국을 두며 국회, 신문협회, 언론학회, 언론노조, 시민단체 등이 추천한 9명의 위원이 운영한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 신문법 ‘시장지배적 사업자’
일간신문 및 특수일간신문(무료로 발행되는 일간신문 제외) 중 1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전국 발행부수의 30% 이상이거나 3개 이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전국 발행부수의 60% 이상인 경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의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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