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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 이것이 살길이다] (7) 규모화로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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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 이것이 살길이다] (7) 규모화로 승부

입력
2005.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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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칠곡군 기산면 영리의 농민 김종기(57)씨는 경북 최고의 대농(大農)이다. 자신 소유의 논과 임차농지 등 직접 경작하는 논 면적만 50㏊, 15만평이나 된다. 대구 지역에 사는 다른 사람 농사를 대신 지어주는 위탁영농 면적까지 합치면 모두 40만평 가까운 농사를 짓고 있다.

우리나라 농가의 평균 경작면적이 논밭을 합쳐 1.4㏊(약 4,200평), 정부가 쌀시장 개방에 대비해 육성키로 한 전국 7만 쌀전업농의 가구당 재배면적이 6㏊ 이상인 것과도 비교가 안된다.

쌀농사 규모화의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김씨는 2003년 순전히 벼농사만으로 2억7,000만원의 수입을 거둬 각종 비용을 빼고 1억4,000만원이 넘는 순수익을 올렸다. 지난해는 날씨가 좋아 2003년보다 순수익이 4,000만∼5,000만원 더 늘 것으로 보고 있다. 보통 농민들이 논 한마지기(200평)에서 80㎏들이 쌀 3∼4가마를 수확, 45만∼60만원을 벌고 이중 절반 정도를 인건비로 지출하는 것을 감안하면 규모화의 효과를 가늠해 볼 수 있다.

김씨와 농사를 함께 짓는 인력은 부인과 27살 난 아들 3가족이 전부다. 기계화와 친환경농법, 그리고 재배 품종의 적절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수확 시기를 조절함으로써 일손을 크기 줄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1999년부터 참외 등 그간 해오던 다른 농사를 모두 접고 쌀농사만을 위해 본격적인 기계화에 착수했다. 육묘에서 이앙, 수확, 건조, 도정, 판매까지 일관생산 시스템을 갖췄다. 40만평이 넘는 논에 모를 낼 수 있는 187평 규모의 육묘공장을 확보했고 ‘금종쌀’이라는 브랜드화를 위해 저온창고와 도정공장도 갖췄다.

하지만 아무리 최신 장비를 갖춰도 쌀농사의 특성상 일반적인 농법으로 3명의 식구가 이 정도 규모의 농사를 짓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김씨는 친환경농법과 품종 선택에서 해결책을 찾고 있다.

그의 창고에는 여느 농가에 다 있는 농약살포기는 찾아볼 수 없다. 김씨는 "10년 전부터 모심기를 하고 나면 농약과 비료를 전혀 안치고 있다"고 말했다. 보통 농가에서 3~5회씩 하는 농약 살포를 전혀 안하니 일손이 필요할 리 없다. 조생종 새상주벼와 9월말부터 수확하는 중만생종인 일품 주남 등 3가지 품종을 적절한 비율로 재배하는 것도 인력을 줄이는 비결이다.

비료는 모내기 전에 뿌리는 것으로 끝낸다. 병해충을 없애기 위해 자체 도정공장에서 나오는 왕겨와 인근 메추리농장의 축분으로 직접 만든 유기질 비료와 볏짚을 수확 후 논에 뿌리고 갈아엎어 놓는다. 김씨는 "최적의 시비를 위해 토양을 분석하고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영농교육현장을 찾아다니며 신기술을 습득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연구를 토대로 그는 4㏊의 논은 볍씨 소독도 소금물로 하고 논에 쌀겨를 뿌려 잡초를 막는 완전 무농약으로 재배한다. 12㏊는 우렁이 농법으로, 나머지도 이앙 후 농약을 전혀 치지 않는 저농약재배등 친환경농법에 성공했다. 이렇게 생산한 쌀을 일반논에서 재배한 것은 시중가보다 10∼15% 비싼 10㎏에 2만5,000원, 우렁이농법 쌀은 3만1,500원을 받고 판매하고 있다.

김씨는 당초 대구에서 시내버스 운전 일을 하다 78년 귀향했다. 칠곡군에서 처음으로 참외 시설재배를 시작해 제법 돈을 벌었다. 그것을 밑천 삼아 7억∼8억원에 달하는 농기계를 구비하는 등 기계화에 바탕한 쌀농사의 규모화에 성공했다. 99년 경북농업대상을 받았고 벤처농업인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김씨는 그러나 "쌀시장이 완전 개방되면 이 정도 규모로도 어려울 것 같아 앞으로 기능성 특수미 생산을 생각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쌀시장 개방 대책으로 농촌에 대한 119조원 지원책 등을 내놓은 데 대해 "김영삼 정부 시절 농기계 반값 공급 등의 정책은 농기계 생산유통회사 배만 불렸지 농민은 빚더미에 신음하게 만들었다"며 비판했다.

김씨는 "쌀시장 개방을 앞둔 정부의 대책은 농민의 입장에서, 농사를 제대로 지을 의지와 능력이 있는 사람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칠곡= 글·사진 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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