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지도부가 4대법안 관철실패의 후 폭풍에 휩싸여 흔들리고 있다. 천정배 전 원내대표가 1일 전격 사퇴한데 이어 이부영 의장과 이미경, 한명숙, 김혁규 의원 등 상임중앙위원들도 3일 당 중앙위원회에 동반 사퇴서를 제출키로 해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이부영 의장을 비롯한 상임중앙위원 4명은 2일 저녁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긴급 회동, "지도부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 의장의 한 측근은 "중진들의 만류가 있었지만 이 의장은 현 상황에서 당을 더 이상 끌고 갈 수 없다는 생각이 확고하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당 운영 전반에서 중진들이 지도부를 돕지 않고 제 목소리만 내온 데 대해서도 상당히 서운해 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동반 사퇴서 제출이 실제 사퇴로 이어질 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상중위원 전체의 동반 사퇴는 중앙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중앙위에서 사퇴서가 받아들여지면 비상대책위가 가동돼 4월 전당대회까지 운영될 것으로 보이지만 사표가 반려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의장의 측근은 "지도부 전체에 대한 인책론이 제기되는 만큼, 중앙위에 물어서 재신임 여부를 결정하자는 의미의 사퇴서 제출"이라며 "사표가 반려되면 이 의장이 다시 의장직을 맡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주 중 소집될 것으로 보이는 중앙위원회가 ‘비대위 체제’냐 ‘현 지도부 유임’이냐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중진들은 지도부가 집단 사퇴할 경우 연초부터 당이 구심점을 잃고 극심한 당권 투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 이 의장의 유임을 선호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당 중진들은 이날 오후까지도 이 의장의 사퇴를 극구 만류했다.
반면 강경파들은 개혁입법 무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혁파의 한 의원은 "당의 심각한 분열이 야기된 데는 국보법 대체입법론을 주도한 이 의장의 잘못된 판단이 큰 원인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지도체제 구성을 둘러싸고 당내 노선 경쟁이 조기 점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국보법 개폐 논란 와중에 ‘유연한 개혁’에 무게를 두는 실용파와 ‘선명한 개혁’을 외치는 강경파로 당내 세력이 크게 양분돼 왔기 때문이다. 천 전 대표의 사임으로 이달 중 후임 원내대표 경선까지 이어질 예정이어서 양측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개혁입법 무산 책임론과 2월 임시국회의 국보법 협상 전략 등을 놓고 당내 격렬한 노선투쟁이 벌어질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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