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 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위원회’가 특별법 제정 1년이 다되도록 조사는커녕 사무국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들이 고령이고 17일 한일협정 문서 공개까지 앞두고 있어 조사 착수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규명위는 시행령이 정한 시한을 넘겨 피해자 접수 공고를 내고 사무국장 인선도 하지 못하고 있어 유족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유족단체들이 가장 불만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사무국장 인선 지체이다. 한일협정문서 정보공개 소송을 맡아 문서공개 판결을 이끌어 냈던 최봉태 변호사가 지난해 11월15일 이미 사무국장으로 내정됐지만 아직까지 발령을 받지 못했다. 유족단체 관계자는 "신원조회 등 임명을 위한 사전 절차가 길어야 1개월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인선이 너무 늦어지고 있다"며 "규명위 위원 9명 모두 비상임인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위원회를 일선에서 진두지휘해야 할 사무국장 발령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사무국장 외에 조사과장 전문위원 등 다른 주요 직책 인선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난달 24일에야 조사과장 및 전문위원 채용공고를 냈고 조사과장 3명은 15일, 전문위원과 조사관 등은 27일 최종 합격자 발표가 날 예정이다. 현재는 규명위 전체 직원 85명 중에 단 28명만이 임명돼 업무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규명위 관계자는 "조직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단계"라며 "전문위원 채용이 완료되고 피해 접수가 시작되는 1월 말 또는 2월에나 조사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규명위 업무가 지연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3월 특별법이 제정·공포된 후 서둘렀다면 법이 시행되는 9월께 규명위가 출범할 수 있었지만 11월에서야 간신히 현판식을 할 수 있었다. 진상 조사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는 일제강제동원 피해 접수도 특별법 시행령에 따르면 11월10일까지 공고했어야 하나 50여일이나 지난 후인 지난달 30일에 냈다.
강제동원진상규명시민연대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고령인 만큼 조사가 한시라도 일찍 진행돼야 한다"며 "사무국장 인선만을 갖고 2개월 가까운 시간을 허비해버리는 규명위의 무능함을 더 이상 앉아서 보고 있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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