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청산’은 어차피 협상을 위한 카드였지만, 이를 볼모로 한 채권단과 LG그룹의 줄다리기는 예상보다 팽팽했다. 그렇게 벼랑 끝까지 협상을 끌고 가 ‘50대 50 증자’에 합의함으로써 양측 모두 증자 참여의 명분과 실리를 챙겼다.
◆ 타결되기까지 = 양측의 공방은 LG카드의 자본 잠식과 관련해 지난달 딜로이트컨설팅이 "1조2,000억원 증자와 5.7대 1 감자가 필요하다"는 용역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시작됐다. ‘8,750억원 →7,700억원 →6,700억원’ 등 채권단의 증자 요구액이 계속 낮아졌지만, LG는 "합리적 분담안을 제시하라"며 계속 거부했다.
1개월 이상 지루한 공방 끝에 LG측이 29일 외부 전문기관 분석을 토대로 ‘LG 2,643억원, 채권단 9,357억원’의 분담안을 내놓으면서 협상의 발판이 마련됐다. 물론 채권단 요구액과의 금액 차이가 너무 커서 조율은 쉽지 않아 보였다.
접점 모색은 증자 총액을 낮추는 데서 이뤄졌다. 채권단은 최근 LG카드의 실적 호조로 자본 잠식액이 줄어드는 점을 감안, 증자 총액을 1조2,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낮췄다. LG와 채권단의 증자 분담 비율도 당초 ‘56대 44’에서 ‘50대 50’으로 한 발 물러섰다. LG측으로선 당초 제시액 2,643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2,357억원)은 구본무 회장 등 개인 대주주가 책임을 지는 선에서 협상을 마무리, 각 계열사 이사회 동의를 받아낼 명분을 찾은 것이다.
특히 어차피 인수해야 했던 후순위 전환사채(CB) 금액(5,000억원) 만큼만 증자에 참여하는 것이어서 그다지 밑질 것 없는 장사라는 계산도 작용했다는 평가다. 산업은행 역시 "막판까지 LG로부터 최대한 받아냈다"는 명분을 쌓아 다른 채권금융기관의 동참을 유도할 수 있게 됐다.
◆ 증자 이후 = LG카드는 자본 잠식 상태에서 벗어나 완전 정상화의 길을 걸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9월 이후 4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연체율이 하락 곡선을 그리는 등 실적 개선의 조짐도 뚜렷하다. 박해춘 LG카드 사장은 "내년부터 매년 2,0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낼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연말까지의 예상 흑자폭(1,000억원 안팎)에 비해 과도하게 증자 규모를 줄인 것이 추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감자비율 조정 등으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단, 채권금융기관들 사이에 증자 및 신용공여한도(1조원) 분담을 둘러싼 진통은 예상할 수 있다.
증자 및 감자가 성공적으로 이행되면 LG카드 매각작업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날 당장 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LG카드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애널리스트들은 "출자 전환 이후 LG카드는 국내 금융자본의 새로운 투자 대상, 매력적인 인수 대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LG카드가 금융시장의 ‘애물단지’에서 ‘꿀단지’로 변모할 날이 그리 멀지는 않은 듯하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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