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고 지루한 한 해였지만 어김없이 막바지에 달했다. 이제 묵은 상념을 버리고 희망을 담아야 할 때이다. 한국관광공사가 한 해를 시작하는 여행지로 4곳을 선정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격언이 어울리는 곳들이다.◆ 추암 일출(강원 동해시)해돋이 장관… 동해 8경중 으뜸
동해시 북평동 추암해수욕장은 애국가 첫 소절의 일출 배경화면으로 유명한 곳. 절묘하게 생긴 촛대바위, 칼바위, 해금암 등 기암괴석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제2의 해금강으로 불리기도 한다.
특히 동해바다를 배경으로 촛대바위에 걸리는 아침 해돋이는 동해 8경중 최고로 손꼽힌다. 전국의 사진 애호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해돋이 명소 중 하나이다. 최근 강릉-동해간 동해고속도로가 4차로로 확장되면서 서울에서 3시간이면 닿을 수 있어 더욱 가까워졌다.
드라마 ‘겨울연가’의 두 주인공이 처음 거닐던 바닷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남이섬, 용평리조트, 춘천에 이어 새로운 한류관광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바다절경을 보았다면 계곡을 둘러볼 차례. 추암에서 차량으로 20분 거리에 위치한 무릉계곡은 두타산과 청옥산을 배경으로, 태고의 전설이 깃든 기암절벽과 폭포를 품고 있다. 1977년 국민관광지 제1호로 지정될 만큼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학소대, 쌍폭포, 병풍바위, 용추폭포를 잇는 왕복 1시간 30분 가량의 산행을 하다 보면 무릉이라는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동해시 중심에 위치한 천곡동굴은 1.4km길이의 석회암 수평동굴. 종류석, 석회화단구 등 희귀석이 많아 살아있는 자연학습장으로 손색이 없다. 영동지역 최대의 전통 5일장인 북평민속장(3.8일)도 빼놓지 말아야 할 볼거리. 동해시청 관광홍보과 (033)530-2474.
◆ 섶다리와 선암마을(강원 영월군)흐르는 강물엔 삶의 유장함이…
영월군은 물의 고장이다. 주천면 주천강과 평창강이 만나 서강이 되고, 서강은 동강과 합류, 남한강으로 흐른다. 강이 많은 곳은 필연적으로 다리가 많은 법. 겨울마다 주민들이 놓던 섶다리는 이제 영월의 대표적인 볼거리로 자리잡았다.
섶다리는 Y자형태의 나무로 다릿발을 세우고, 낙엽송 장대로 이은 뒤 소나무가지를 깔고 흙을 덮어 만든 임시다리. 겨울철마다 주민들이 여울을 건너는 다리용도로 만든다. 여름철 물이 불어나 떠내려가면 이듬 해 다시 만들던 것이 전통이 됐다. 콘크리트와 철판 등 튼튼한 다리가 생겨나면서 이 풍습은 슬그머니 사라졌다. 2002년 주천면 판운리 청년들이 사라진 섶다리를 재현했다.
주천면 주천리 주천2교 끝자락에는 섶다리 2개를 나란히 놓은 쌍섶다리가 놓여있다. 영월에서 사약을 받고 승하한 단종묘(장릉)를 참배하기 위한 행렬이 섶다리 하나로는 무게를 지탱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 마을 주민들이 양쪽에서 별도의 다리를 놓던 것에서 유래했다.
선암마을은 주천강과 평창강 두 물줄기가 만나는 서강자락에 자리잡고 있다. 마을의 모습이 대한민국 지도와 흡사해, 한반도마을이라고도 불린다. 주천면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마을 남쪽의 숲길을 지나 전망대에 서면 한반도를 축소해놓은 듯한 풍경에 절로 입이 벌어진다. 한반도 너머 만주벌판도 펼쳐지고, 포항의 호미곶, 해남 땅끝마을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영월군청 문화관광과 (033)370-2542, 주천면사무소 (033)372-7004.
◆ 수원 화성(경기 수원시)성곽거닐며 온고지신 느껴
수원 화성(華城)은 번잡한 도심속에서 옛 것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눈이 시리도록 청명한 겨울하늘을 배경으로 성곽주위로 난 5.7km의 산책로를 걸으며 성곽문화의 향기에 흠뻑 취해보자. 화성은 조선시대 역대 임금중 효자로 이름난 정조임금이 아버지 사도세자의 넋을 기리기 위해 만든 성곽이다. 1794년 1월에 시작, 2년6개월만에 완공됐다. 실학사상의 대가인 정약용이 설계와 제작을 맡아 돌과 벽돌을 혼용하고 거중기를 비롯한 당시로는 파격적인 도구를 사용, 국내 성곽문화를 대표하는 걸작을 만들어냈다.
창룡문, 화서문, 팔달문, 장안문 등 4대문과 48개 시설물 하나하나가 실용성은 물론 외관미까지 갖추고 있다. 1997년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세월이 지나면서 일부 파손되기도 했으나 건축당시 설계도와 공사재료, 공사인원, 축조방법 등을 상세하게 기록한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가 남아있어 원본 그대로 보수가 이뤄지고 있다.
화성과 함께 건축된 화성행궁은 정조가 행차할 때마다 묵던 별궁. 정조의 침소 복내당보다 어머니 혜경궁 홍씨가 묵었던 장락당이 화려하게 건축된 사실만 보아도 정조의 효심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일제시대 때 소실됐으나 2003년 576칸 중 482칸이 복원됐다. ‘대장금’을 비롯한 드라마 세트장으로 활용되면서 꾸준히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수원시 화성관리사무소 (031)228-2716.
◆ 겨울산사-김룡사, 대승사(경북 문경시)숱한 고승 배출, 천년의 名刹
겨울산사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지난 해 말 개통된 중부내륙고속도로로 더욱 가까워진 경북 문경시 김룡사와 대승사에서 그 해답의 일부를 찾아볼 수 있다.
운달산 자락 태고의 수림속에 자리한 김룡사는 신라 진평왕 10년(588년) 운달조사가 창건한 사찰. 홍하문이라는 일주문을 통과하면 1,400년을 지켜온 불심의 현장을 만난다. 용으로 장식된 약수터와 사천왕이 방문객을 압도한다. 대웅전을 비롯한 고색창연한 전각들에서 유구한 세월의 흔적을 맛볼 수 있다. 인조 27년 설잠대사가 조성한 대웅전불상, 성균대사의 후불탱화, 고종 26년 사증대사가 조성한 괘불탱화 등 적지않은 문화유산을 소장하고 있다. 1965년 성철스님이 이 곳에서 설법을 시작했다.
김룡사에서 7km가량 떨어진 대승사(大乘寺)는 한국 불교사에 많은 고승을 배출한 명찰로 알려져 있다. 직지사(直指寺)의 말사인 이 사찰에 얽힌 전설이 재미있다. 신라 진평왕 9년(587년) 커다란 비단 보자기에 싸인 사면석불이 인근에 떨어졌다는 소문에 왕이 찾아와 예배하고 절을 지은 뒤 대승사라고 사액했다고 한다. 진평왕이 기쁜 마음으로 가던 길목은 환희재라는 이름을 얻었다. 산 중턱의 사불암을 둘러보고, 조용한 경내를 거닐다 보면 한적한 겨울산사의 분위기에 마음마저 정화될 듯하다. 문경시청 문화관광과 (054)550-6393, 6394.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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