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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안전이 국가경쟁력이다

입력
2004.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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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졸간에 수만여 명이 사망한 동남아 지진해일 피해를 보면서 다시금 안전의식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된다. 이번 사태는 남의 일이 아닌 것이 우리도 매년 온갖 천재지변과 사고로 수많은 인명을 잃고 있다.매년 여름이면 발생하는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인한 피해는 연례행사이며, 지난 3월에는 국내 기상 관측사상 100년만의 폭설이 내려 국토의 동맥인 고속도로가 마비되는 사태를 겪었다. 산업의 발달로 일터에서의 산업재해와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안전사고는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운 정도가 됐다.

국내 산업현장에서 지난해 발생한 산업재해자는 9만5,000여 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하루 8명 꼴인 2,900여 명이 사망했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노사분규로 인한 근로손실일수의 5배에 해당하는 12조 원에 달한다. 인천국제공항을 2개나 지을 수 있고, 연봉 2,000만 원을 받는 근로자 62만 명을 채용할 수 있는 금액이다.

산업재해는 가족의 불행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잘 훈련된 인적자원을 잃는 결과를 가져와 기업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궁극적으로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킨다. 우리 산업현장에서 이러한 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산업구조가 전통적인 제조업과 건설업 등 위험을 안고 있는 업종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큰 원인은 안전에 대한 기본의식이 제대로 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선조들은 일찍이 생활 속에서 안전을 실천해 왔다. 겨울날 한강에서 얼음을 채취할 때에는 강둑에다 매어 놓은 동아줄을 허리에 매고 작업했다. 경복궁을 지을 때에는 후대까지 안전한 건축물을 남기기 위해 공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을 적은 문서를 상량에 넣어 보관했다. 선조들은 600여 년 전에 이미 건축물에 안전실명제를 도입할 만큼 의식이 높았던 것이다.

일상생활에서의 안전의식도 너무 미흡하기는 마찬가지다. 작년 한 해만 하더라도 연말연시(12~1월)에 무려 3만7,000여 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 출발하기 전 차량과 안전장구를 미리 점검하고 운전을 했다면 그 정도로 피해가 생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고는 방심을 먹고 살며 예측불가능한 순간에 온다. 연중 가동해야 하는 대형 화학공장이나 제철소, 납기를 준수하기 위해 가동을 멈출 수 없는 사업장에서는 자칫 연말연시 분위기에 휩싸여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쉽다. 가스기기나 전열기기도 화마로 돌변할 수 있다.

동남아 해일 피해가 모든 부문에서 우리의 안전의식을 높이는 타산지석이 되기를 바라며 새해는 모든 분께 안전하고 건강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김용달 한국산업안전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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