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커닝, 더 이상 못참는다.’한국산 휴대폰이 세계적 인기를 끌면서 해외 후발업체들의 ‘한국 휴대폰 베끼기’가 기승을 부리자, 참다 못한 국내 업체들이 첨단 휴대폰 디자인 보호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29일 "앞으로 휴대폰 국제 공모전에 혁신적 디자인이나 기능을 갖춘 모델의 출품을 자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기도 전에 디자인이나 기능을 도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에 따라 다음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정보가전박람회(CES)와 내년 3월 독일 하노버에서 열리는 세빗(CeBIT) 정보통신 박람회에도 ‘최소한’의 제품만 선보이기로 했다. LG전자 역시 혁신적인 디자인이나 첨단 기술력 유출이 우려되는 제품은 전시 시기를 조정할 예정이다.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외국 업체의 국산 휴대폰 디자인 도용 사례가 연간 10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피해는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집중되고 있으며, 한국산 휴대폰의 인기가 높은 중국에서는 디자인 모방을 넘어 상표까지 도용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중국 휴대폰 제조업체 B사가 ‘SGH-E708’ 제품의 외형에 색깔과 카메라 위치만 바꾼 모조품을 만들어 판매한 것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유럽 시장에 첫 출시된 E700 시리즈는 안테나가 없는 미려한 디자인으로 ‘휴대폰 업계의 벤츠’라는 찬사를 받은 제품이다.
디자인 도용 여부를 판정할 수 있는 기준은 사실 모호하지만 B사의 경우 상표까지 그대로 갖다 썼기 때문에 삼성전자는 상표 및 디자인 도용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폴더 외부 창을 큐빅으로 장식한 큐빅폰(SCH-E135), 국내 최초의 동영상(VOD)폰(SCH-V300) 등도 해외 업체들의 집중적인 ‘베끼기’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업계 최초, 유일’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입하기 때문에 ‘짝퉁’ 상품이 난무할 경우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 1년간 이동통신 단말기 개발에 2조원 가량을 투자했다. 저질의 가짜 제품은 원조 제품의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는 간접 피해도 양산한다. 삼성전자 ‘애니콜’의 브랜드 가치는 국내 시장에서만도 3조원에 이른다. 이 회사 관계자는 "삼성의 대표 브랜드를 수호하기 위해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