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외부 전문기관 분석을 근거로 LG카드에 최대 2,643억원을 증자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LG카드 채권단의 요구 수준과는 4,000억원 이상 차이가 나는 금액이어서, 당초 최종 시한(증자결의를 위한 이사회 개최)이라던 29일을 넘어 양측의 피 말리는 협상은 최소한 연말까지 지속되게 됐다. 하지만 채권단과 LG 고위층이 이번 사태 이후 처음으로 심야 회동을 갖고 접점 모색을 시도하면서, 막판 극적 협상 타결 기대를 높였다.◆ LG그룹의 제안 = LG그룹은 29일 법무법인 김&장, 법무법인 광장, 삼일회계법인 등 3개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한 결과를 토대로 출자전환 분담에 관한 두 가지 방안을 채권단에 제시했다.
1안은 LG카드 청산의 경우 채권단과 LG가 입게 될 손실액을 기준으로 총 1조2,000억원의 추가 증자액 중 채권단이 1조152억~1조200억원을, LG가 1,800억~1,848억원을 분담하자는 것이다.
2안은 출자전환으로 채권단과 LG가 누리게 될 경제적 가치 증가분을 기준으로 채권단이 6,640억~6,884억원, LG가 2,339억~2,643억원을 각각 분담하는 내용이다. 2안이 채택될 경우 선행 조건으로 채권단은 올초 확약서 상 미이행 사항인 LG투자증권 매각 부족액 2,717억원을 출자전환하고, LG는 보유 채권 중 5,000억원을 후순위 전환사채(CB)로 대체할 것을 제시했다.
LG측은 "이같은 제안에 이의가 있을 경우 채권단도 별도의 법률, 회계법인에 의뢰해 합리적이고 공평한 배분 기준을 제시해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청산을 기준으로 분담 기준을 마련한 1안보다는 회생을 염두에 두고 마련한 2안이 현실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 경우 LG는 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 CB 전환과 함께 최대 2,643억원의 증자에 참여하고, 채권단은 LG투자증권 매각 부족액을 포함해 총 9,357억원 가량의 증자에 나서야 한다.
◆ 심야 회동 접점 모색 = 채권단은 LG측 제안에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채권단이 단독으로 3조5,000억원의 증자를 하는 등 모든 부담을 떠안았는데 이제 와서 또 다시 법적 책임을 운운하며 채권단에게 대부분의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은 비도덕적인 행태"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하지만 LG측이 구체적인 카드를 내보이면서 양측 고위층이 사태 이후 처음 협상 테이블에 앉는 등 일보 진전한 양상을 보였다. 이윤우 산은 부총재와 강유식 LG 부회장은 29일 밤 시내 모처에서 첫 회동을 가졌지만 일단 절충안을 찾는 데는 실패했다. 산은 고위 관계자는 "이날 회동은 양측 주장을 재확인하고 각자 대안을 모색해보기로 하는 선에서 마무리 됐다"며 "파국을 막기 위해 연말까지 협상을 끝내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LG카드는 이에 따라 이날 저녁 이사회에서 증자 결의를 하지 않은 채 바로 정회했으며, 이사회 속개 일정은 추후로 미뤘다. 4,000억원 가량의 분담액 차이를 좁히기 위한 양측의 줄다리기는 이제 막바지에 접어든 분위기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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