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국회 막바지인 29일 여야의 막판 힘겨루기는 격렬했다. 특히 법사위에서 열린우리당이 국가보안법 폐지안 상정을 재차 시도하고 한나라당이 강력 반발하면서 ‘국보법 상정 충돌’이 재연됐다.전날 운영위가 전장(戰場)이었다면 이날은 법사위가 전장이었다. 우리당 최재천 의원은 오후 1시45분께 최연희 위원장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불참한 상황에서 "위원장이 계속 사회를 거부하고 있다"며 위원장 대행으로 개의를 선언한 뒤 국보법 폐지안과 형법 보완안을 기습 상정했다. 그 직후 최 위원장과 한나라당 의원 30여명이 회의장으로 몰려들면서 최재천 의원이 최연희 위원장에게 사회권을 넘겨주긴 했으나 법사위는 몸싸움과 고성의 아수라장으로 돌변했다.
우리당 의원들은 "안건이 상정됐으니 제안설명을 듣자"고 주장했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불법적인 날치기 상정"이라고 반발했다. "간첩 옹호하지 마라"(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정신감정을 해야 해"(우리당 선병렬 의원) "이게 무슨 개판이냐" (주성영) 등 막말도 난무했다.
급기야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단상으로 가서 국보법 폐지안 제안설명서를 낭독하자 여야 대치는 최고조에 달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노 의원을 제지하기 위해 단상으로 몰려들었고 우리당 의원들도 뒤따라 나와 맞서면서 단상이 쓰러지고 제안설명서도 바닥에 떨어지는 난장판이 됐다. 양당은 한시간여 동안 입씨름을 계속하다 수석 부대표간 회담을 열기로 하고 일단 회의를 마쳤다. 이날 우리당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법사위 회의장을 비워 시간적 여유가 있었지만 강행 처리는 하지 않아 김원기 국회의장의 직권 상정을 이끌어내려는 명분 쌓기를 하는 느낌이었다.
여야는 또 이날 오전 행자위와 문광위 법안 소위를 열어 각각 과거사진상규명법과 언론관계법을 심의해 상당부분 의견접근을 이뤘으나 한나라당이 전체회의에 참가하지 않아 안건 처리는 무산됐다.
여야는 그러나 법사위 대치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날 오후 3시께 본회의를 정상적으로 열어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과 소득세법 개정안 등 61건의 안건을 처리했다.
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와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김원기 국회의장 주선으로 국회의장실에서 회동, 여야 이견이 좁혀진 과거사법과 언론관계법을 우선 처리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으나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우리당은 이와 함께 김원기 국회의장에 대한 압박도 계속했다. 상임위별로 의원 10명씩 짝을 지어 릴레이로 김 의장을 찾아가 쟁점법안의 본회의 직권상정을 재차 촉구했고, 원내부대표단도 이날 밤 10시 의장 공관을 찾아가 직권상정을 호소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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