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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군은 성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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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군은 성역인가

입력
2004.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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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장성진급비리 의혹을 둘러싼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군 검찰은 중간 수사발표를 통해 육군 장성진급자가 사전 내정됐으며, 이 과정에 서류 변조 등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번 비리 의혹에는 남재준 육군참모총장이 연루됐다는 의혹도 제기됐으나, 일부에서는 총장의 인사권에 속하는 문제이자 관례라고 주장한다.비리 의혹을 철저히 수사해 진실을 밝히는 것은 당연하다. 이번 일이 구속 기소된 영관급 장교 두명과 불구속 기소된 준장과 대령에 의해서만 이루어졌다고 믿을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럼에도 진실을 밝히기에는 너무나 큰 장벽과 장애물이 가로놓여 있는 듯하다. 계좌추적과 압수수색조차 쉽지 않고, 수뇌부에 대한 소환 조사도 난망이다.

급기야 수사를 담당한 군 검찰관들이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수사를 할 수 없다"며 보직해임요청서를 내기에 이르렀다. "지휘체제와 군 기강을 문란케 했다"는 징계사유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번 사건의 심각성은 군 안에 성역이 존재하고, 군이 스스로를 성역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민간 검찰의 권력형비리 수사에서 보듯 정치권도 더 이상 성역이 아니다. 대통령 측근들도 줄줄이 구속되고, 대통령도 권력을 남용하면 탄핵을 면할 수 없는 세상이다.

그런데도 군만 여전히 우리사회의 성역으로 남아있는 느낌이다. 단지 이번 뿐만이 아니다. 북한 경비정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월경사건 당시에도 보고 누락과 항명성 정보유출 사건이 경고 수준에서 유야무야 됐다. 신일순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의 업무상 횡령사건 때도 "현역 육군대장을 개인비리 혐의로 구속한 것은 창군 이래 처음"이라는 불만이 군에서 나왔다.

지금까지 군의 여러 비위사실을 이처럼 서둘러 덮어온 것이 오늘의 사태를 맞게 된 이유 중 하나이다.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로서 때로는 단호해야 한다. 군의 단결과 사기진작은 공정한 인사와 엄정한 기강에서 시작된다. 군이 사실상 성역으로 존재하다 보니 개혁의 무풍지대가 되고, 시대의 흐름에도 뒤쳐지고 있다.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군은 보수적 집단이어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해도, 그렇다고 그것이 시대착오적이고 시대의 흐름에 거역해도 된다거나 개혁의 무풍지대가 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군의 특수성을 아무리 인정한다 해도, 성역시 돼서는 안 된다.

전세계적으로 미래지향적으로 군을 개혁하고 개편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미국도 군 조직을 혁신하고 군사전략을 개편하는 대대적인 군변혁(military transformation)을 진행 중이다. 반면 우리 군은 아직도 한국전쟁 직후의 전략과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조직에다, 일부 지휘관들의 사고는 군사정권시대와 다를 바 없다. 전방에는 부사단장이 3~4명에 이르는 곳도 있다. 병력 1만명 당 장군수를 비교할 때, 우리나라는 7명으로 미국의 5명, 프랑스의 4명에 비해 절대적으로 많고, 전체장교에서 장성이 차지하는 비율도 미국의 2배에 달한다.

군 개혁은 한시라도 늦출 수 없다. 병력 규모를 적정수준으로 감축하고 육·해·공 3군의 균형발전을 도모해야 하며, 국방부의 문민화 등을 통해 군의 문민통제도 강화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 검찰의 독립성 확보도 시급한 과제로 등장했다. 개혁에는 아픔이 따르고 반발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군은 자신을 위해서라도 제 살을 도려내는 아픔과 고통을 감수할 각오를 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방만한 군 구조와 조직에 대한 과감한 개편을 추진하고 인적 쇄신을 단행할 때다. 군 수뇌부에 대한 대폭적인 물갈이를 통해 새로운 시대정신을 지닌 유능하고 참신한 장군과 장교들이 군의 중추세력이 돼야 한다.

이철기 동국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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