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매매가 어려운 가족회사의 비상장주식에 대해 현금 대신 주식으로 세금을 내는 물납을 허용하는 바람에 913억여원의 국고가 낭비되는 등 상속·증여세 과세 체계에 많은 허점이 드러났다.감사원은 29일 3월부터 8월까지 국세청을 대상으로 특별감사를 벌인 결과 한국자산관리공사가 국세청으로부터 넘겨받은 물납 63건(1,865억원) 중 납세자 등에 되팔아 거둬들인 돈은 물납 가액의 51%인 951억원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비상장주식은 자산관리공사의 공개입찰에서 일반인이 거의 사지 않아 결국 나중에 납세자 본인이나 가족이 거의 절반 가격에 되사고 있다"며 "현재 관리공사가 보유한 물납 주식도 243건(3,774억여원)이나 돼 또 다른 국고 손실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의 부동산업체인 A사의 경우 1999년 업체 대표였던 송모씨가 사망하자 송씨의 부인과 큰 아들은 송씨의 주식 5,175주(주당 612만원)를 공동상속 받았다.
이듬해 두 사람은 상속세 202억여원 중 37억원만 현금으로 내고 나머지 165억여원은 상속받은 주식으로 물납했다.
이후 관리공사가 공개입찰에 들어갔으나 A사의 주식을 사려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아 두 번의 유찰 끝에 2001년 송씨의 두 손자(18, 20세)와 수의계약을 맺고 당초 가격 612만원보다 360여만원이 낮아진 주당 253만원에 주식을 되팔았다.
결국 두 손자는 상속세 대신 냈던 주식 165억여원어치를 68억여원에 사들여 97억원의 이익을 남겼다. 3개월 뒤 송씨의 부인은 증여세 20여억원을 줄이기 위해 자신 소유 주식을 손자들이 주식을 사들인 가격 253만원에 두 아들에게 증여했다.
감사원은 재경부에 적정 가격으로 처분하기 어려운 비상장 주식에 대해서는 물납을 거부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
감사원은 또 공인회계사 관세사 법무사 등은 수입금액을 과세자료로 제출하는 반면 유독 변호사는 수임 건수만을 제출하고 있어 정확한 수입금액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 개선을 요구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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